[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실수요자들이 대출 한파에 청약 당첨 기회를 포기하고 있다. 계약금과 잔금대출이 DSR(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적용되면서 자금 마련 방도를 찾지 못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차주 구별 없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수요자 주거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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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출규제 강화가 본격화되면서 수도권 청약 시장의 미계약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1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모든 대출에 대해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도록 했는데, 여기에 계약금과 잔금대출이 포함되면서 현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실제 GS건설이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공급한 ‘송도자이 더스타’는 1순위 청약에 2만 156명이 몰려(경쟁률 13.1대 1) 관심이 컸지만, 전체 1533가구 중 약 35%(530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분양가의 20%로 책정돼 있는 계약금을 마련하지 못한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신용대출을 통해 계약금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대출규제로 대출이 막히면서 계약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같은 대출규제로 인해 계약금,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해 청약을 포기한 사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청약을 진행한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는 1순위 경쟁률 57.5대 1을 기록했지만, 미계약분이 발생해 지난해 12월 2일과 23일 두 번에 걸쳐 무순위 청약(일명 ‘줍줍’)을 진행했다.
서울 강서구의 ‘우장산 한울에이치밸리움’ 아파트도 1순위 청약 37가구 모집에 2288명이 몰렸지만, 당첨자 중 절반에 가까운 18명이 계약을 포기했다. 앞서 분양한 서울 관악구 ‘신림스카이아파트’에서도 43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 994명이 몰렸지만, 실제 계약에서 27가구가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시장 안팎에선 대출규제 강화와 분양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올해도 실수요자들의 계약 포기도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3284만1600만원으로 전년 동월보다는 20.9% 올랐다. 전용 84㎡기준 평균분양가 8억 2000만원으로 따져봤을 때 최소 계약금(10%)과 잔금(30%) 등 약 40%의 자금계획을 DSR 규제 하에 세워야 한다.
그나마 회사를 통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형건설사는 다행이지만 중도금 대출을 조달하기 어려운 중소건설사의 경우 청약 흥행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매매가와 분양가 모두 높아지고 있지만, 대출을 막아놔 현금이 없는 실수요자들은 집을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차주별 상환능력에 따라 대출규모를 달리하고 생애 첫집이나 실수요자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