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정부가 공공임대아파트 재건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개발 이익 사유화 없이도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 덕이다. 일각에선 안전진단 등에 막혀 재건축 추진에 애를 먹는 주변 민간 아파트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재건축 추진 영구임대아파트 ‘상계마들아파트’. (사진=서울주택도시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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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서울 노원구 상계마들아파트를 행복주택 후보지로 지정하기 위한 협의회를 연다. 협의회에서 후보지로 확정되면 단지 설계와 지구 지정 등 재건축을 위한 정식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상계마들아파트는 1992년 지어진 영구임대아파트다. 국토부는 올 8월 노원구 태릉 군(軍) 골프장에 들어설 공공택지 규모를 줄이는 대신 상계마들아파트 등을 대체 공급지로 선정했다. 국토부 등은 현재 5층 높이 172가구인 상계마들아파트를 고밀 재건축하면 400가구까지 공급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울 곳곳에서 임대아파트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노원구 하계5단지를 시작으로 노원구 중계1단지·강서구 가양7단지가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다. 2025년 재건축 공사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재건축된 새 아파트는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섞어 공급된다. 아직 사업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서울 강남구 수서1단지나 강북구 번동 2·5단지, 경기 고양시 흰돌마을4단지 등 임대아파트 13곳도 재건축 예비 후보에 올라 있다.
민간 아파트 재건축에 인색한 정부가 임대아파트 재건축엔 다른 태도를 보이는 건 임대아파트를 재건축하면 ‘한 번에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다. 1980~1990년대 대량 공급됐던 임대아파트를 재건축하면 주택 노후화 문제와 주택 부족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과거 지어진 임대아파트는 저층으로 지어진 경우가 많아서 용적률을 조금만 높여도 기존보다 주택 수를 크게 늘려 재건축할 수 있다. 여기에 임대아파트는 대부분 토지와 기존 건물 모두 공공이 갖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 과정에서 생기는 개발이익 사유화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민간 아파트와 달리 공공임대아파트는 준공된 지 30년이 지나지 않아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가양7단지나 상계마들아파트 등이 준공 30년을 맞기 전 재건축을 추진하는 사례다. 민간 재건축을 추진하는 데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안전진단도 면제된다. 이 때문에 재건축을 원하는 민간 아파트에선 정부가 차별 대우를 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자원 낭비를 막고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민간이건 공공이건 같은 조건으로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민간 아파트 가운데 일부는 규제 완화를 노리고 공공임대아파트와 자신들 단지를 묶어 재건축해달라고 요구한다. 중계1단지와 1991년 함께 준공된 이웃 건영2차아파트는 중계1단지와 통합재개발을 국토부·노원구에 요청했다. 다만 긍정적인 답을 받지 못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