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학생들의 등교가 이뤄진 20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용산구 중경고 교문에서는 반가움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코로나19 여파로 80일 만에 만난 교사와 학생들은 마스크를 쓴 얼굴에서도 반가운 표정이 드러났다. 오랜만에 분주해진 분위기에서도 긴장감은 이어졌다.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거나 발열 체크 없이 교내로 출입하려는 학생들에게는 교사들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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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중경고 정문에는 생활지도부 교사 2명이 나와 거리두기를 지도하고 체온 체크를 진행했다. 학교전담경찰관들도 교사들을 도와 학생들에게 개인 물티슈를 나눠주고 손 소독제를 사용토록 안내했다. 학생들은 정문에서 체온 체크를 거쳐 이상이 없어야만 비로소 교내로 들어설 수 있었다. 중경고에서는 3학년 총 7개 반 중 직업반을 제외한 6개 반 학생들이 등교했다.
정문 넘어서도 ‘거리두기’는 철저히 지켜졌다. 학생들은 정문부터 학교 건물까지 이어지는 운동장에 2m 간격으로 설치된 주황색 고깔을 따라 이동했다. 건물에 진입하는 현관에도 김승겸 교장과 교사 4명이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학생들의 체온 체크를 했다.
수업이 시작되자 반가움은 온데간데없이 긴장감이 흘렀다. 교사는 수업에 앞서 다시 한 번 의심 증상 유무를 확인하고 생활 수칙 준수를 강조했다. 마스크를 쓴 탓에 목소리 전달이 어려워 마이크를 든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조용히 수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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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위험이 가장 큰 급식 관리는 더 엄격했다. 모든 학생은 급식실로 이동하기 전 교실에서 다시 한 번 체온 체크를 거쳐야 했다. 학년마다 급식실 이용시간을 분리하고 이동할 때는 학급별로 일렬로 움직이도록 지도했다. 급식실 건물 입구부터는 2m 간격으로 파란색 발자국 표시를 해둬 학생들은 이에 맞춰 배식을 받았다. 테이블에는 투명 아크릴판 칸막이를 설치하고 지그재그로 형태로 띄어 앉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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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특성화고는 실습수업에 차질을 빚어왔지만 이번 등교로 숨통이 트였다. 한 교사는 “특성화고라 실습을 안 하면 숙련도를 높일 수 없다”며 “원격수업으로는 실습공백을 메울 수 없기 때문에 등교개학에 대한 요구가 컸다”고 했다. 이 학교 교감도 “특성화고는 취업과 관련해 준비를 많이 해야하는 만큼 등교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A고는 전교생이 1500여명, 고3 학생은 430명 수준으로 규모가 큰 학교다. 학교 측은 학급당 학생 수를 24~25명 정도로 배치,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학생 수가 워낙 큰 탓에 감염우려가 상존하는 상황. 이 학교 교사는 “무증상 전파 가능성도 있어 걱정이 크다”며 “3학년생들의 우선 등교 상황을 살펴본 뒤 1,2학년들의 후속 등교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등교한 전국 고3 학생은 모두 44만5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등교수업 지원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학생 안전과 일상을 지키는 과정, 새로운 일상을 만드는 과정이 처음에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러한 위기상황이 확산되지 않도록 교육부, 질병관리본부, 교육청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