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서로 떨어지고 앞머리 올려요"…긴장·반가움 교차한 80일만의 등교

"진로·진학 숨통 트여"…마스크 넘어 반가운 인사
옹기종기 등교하는 학생들에겐 `거리두기` 불호령
정문부터 교실까지 3차례 체온측정·손 소독
인천 등 일부지역 학생 확진에 전원 `등교 중지`
  • 등록 2020-05-20 오후 2:27:05

    수정 2020-05-20 오후 9:37:46

[이데일리 신중섭·이용성 기자] “어서 와, 잘 지냈어? 체온 측정 해야하니까 잠시 앞머리 좀 올려보자.”

고3 학생들의 등교가 이뤄진 20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용산구 중경고 교문에서는 반가움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코로나19 여파로 80일 만에 만난 교사와 학생들은 마스크를 쓴 얼굴에서도 반가운 표정이 드러났다. 오랜만에 분주해진 분위기에서도 긴장감은 이어졌다.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거나 발열 체크 없이 교내로 출입하려는 학생들에게는 교사들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코로나19로 등교 개학이 미뤄진 지 80일만인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이날 중경고 정문에는 생활지도부 교사 2명이 나와 거리두기를 지도하고 체온 체크를 진행했다. 학교전담경찰관들도 교사들을 도와 학생들에게 개인 물티슈를 나눠주고 손 소독제를 사용토록 안내했다. 학생들은 정문에서 체온 체크를 거쳐 이상이 없어야만 비로소 교내로 들어설 수 있었다. 중경고에서는 3학년 총 7개 반 중 직업반을 제외한 6개 반 학생들이 등교했다.

정문 넘어서도 ‘거리두기’는 철저히 지켜졌다. 학생들은 정문부터 학교 건물까지 이어지는 운동장에 2m 간격으로 설치된 주황색 고깔을 따라 이동했다. 건물에 진입하는 현관에도 김승겸 교장과 교사 4명이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학생들의 체온 체크를 했다.

3학년만 등교한 학교는 비교적 적막했다. 감염 예방을 위해 엘리베이터는 이용이 금지됐고 복도의 벽걸이 TV에서는 감염 예방 수칙이 반복적으로 안내됐다. 교실 안 책상은 학생들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1m씩 띄우고 4~5열 시험 대형으로 배치됐다. 책상 간 거리를 유지하려다 보니 교실 내 사물함은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진 상태였다.

수업이 시작되자 반가움은 온데간데없이 긴장감이 흘렀다. 교사는 수업에 앞서 다시 한 번 의심 증상 유무를 확인하고 생활 수칙 준수를 강조했다. 마스크를 쓴 탓에 목소리 전달이 어려워 마이크를 든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조용히 수업을 들었다.

코로나19로 등교 개학이 미뤄진 지 80일만인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경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사진=신중섭 기자)
교사들은 수업시간뿐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토록 하고 친구들과 거리두기를 유지하도록 지도했다. 화장실도 감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환기가 가능하게끔 문을 연 상태로 이용토록 했다. 대신 밖에서 화장실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가림판을 설치했다.

감염 위험이 가장 큰 급식 관리는 더 엄격했다. 모든 학생은 급식실로 이동하기 전 교실에서 다시 한 번 체온 체크를 거쳐야 했다. 학년마다 급식실 이용시간을 분리하고 이동할 때는 학급별로 일렬로 움직이도록 지도했다. 급식실 건물 입구부터는 2m 간격으로 파란색 발자국 표시를 해둬 학생들은 이에 맞춰 배식을 받았다. 테이블에는 투명 아크릴판 칸막이를 설치하고 지그재그로 형태로 띄어 앉도록 했다.

김승겸 중경고 교장은 “1,2학년 등교 수업 방안에 대해서는 격주·격일제 등을 놓고 아직 논의 중”이라며 “확진자가 매일 발생해 감염 우려가 있지만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방역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원신흥동 도안고등학교 급식실에서 고3 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학생들은 이날 코로나19 여파로 등교 개학이 미뤄진 지 80일만에 다시 학교에서 수업을 받았다.(사진=연합뉴스)
같은 시각 서울 지역 특성화고인 A고도 학생 맞이로 분주했다. 오랜만의 등교로 피곤함을 이기지 못한 학생 몇몇은 눈이 반쯤 감긴 상태로 체온체크를 받았다. 등교하는 학생 중에선 집에서 생수병을 챙겨오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공용 정수기를 사용할 경우 감염 위험이 있어서다. 이 학교 학생회장인 김모(18) 군은 “오랜만에 학교에 나와 친구들을 만나 반갑다”면서도 “식사 시간과 쉬는 시간에 예방 수칙이 잘 지켜질 지 걱정”이라고 했다.

특히 특성화고는 실습수업에 차질을 빚어왔지만 이번 등교로 숨통이 트였다. 한 교사는 “특성화고라 실습을 안 하면 숙련도를 높일 수 없다”며 “원격수업으로는 실습공백을 메울 수 없기 때문에 등교개학에 대한 요구가 컸다”고 했다. 이 학교 교감도 “특성화고는 취업과 관련해 준비를 많이 해야하는 만큼 등교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A고는 전교생이 1500여명, 고3 학생은 430명 수준으로 규모가 큰 학교다. 학교 측은 학급당 학생 수를 24~25명 정도로 배치,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학생 수가 워낙 큰 탓에 감염우려가 상존하는 상황. 이 학교 교사는 “무증상 전파 가능성도 있어 걱정이 크다”며 “3학년생들의 우선 등교 상황을 살펴본 뒤 1,2학년들의 후속 등교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등교한 전국 고3 학생은 모두 44만5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등교수업 지원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학생 안전과 일상을 지키는 과정, 새로운 일상을 만드는 과정이 처음에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러한 위기상황이 확산되지 않도록 교육부, 질병관리본부, 교육청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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