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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중반대의 저(低)성장,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관련 보복, 툭하면 미사일을 쏘는 북한 위협 등 한국 경제에 도사리는 각종 정치·경제적 악재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과 채권 등 원화자산을 매입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런 악재에도 탄핵 정국이 수 개월째 지속되면서 정책 부재가 지속되고 있는 데도 말이다. 외국인들은 왜 원화자산을 사들이는 것일까. 주식은 수출 호조에 기업이익 증가대비 저평가가, 채권은 같은 AA등급의 국가대비 높은 금리가 매력이다.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대목도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발길을 못돌리는 이유다.
‘中 보복 안 무서운’ 韓 자본시장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한 달간 상장주식을 6580억원, 상장채권을 5조1860억원 순투자했다. 총 5조8440억원이 유입된 셈이다. 주식은 석달째, 채권은 두달째 순매수 추세다. 중국 투자자들이 사드 보복조치를 감안한 듯 국내 주식과 채권에서 일부 자금을 빼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그 규모는 미미했다. 중국 투자자는 주식시장에서 1230억원의 자금을 뺐지만 이 규모는 사드 보복조치가 강하지 않았던 지난해 11월(1290억원)보다 적은 것이다. 채권에선 이 보다 더 적은 금액이 유출됐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이익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신흥국 중 가장 매력적인 증시 가운데 하나이고, 외국인은 여전히 이에 반응하고 있다”며 “지난 주에도 사드 이슈와 원·달러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4억5100만달러로 9개 주요 신흥국 중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재정거래 욕구 유발하는 원화자산
재정거래 차익에 대한 유인이 계속 있던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1월말 1162.1원에서 2월말 1130.7원으로 30원 넘게 하락하면서 원화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자 외은 지점들에선 보유하던 원화를 통안채(통화안정증권) 등에 투자하게 됐단 분석이다.
앞으로도 재정거래 유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해외투자 수요가 워낙 많기 때문에 FX스왑포인트는 마이너스(-)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정거래만으로 외국인 투자금이 유입될 것인지에 대해선 두고봐야 한다. 김지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이 같은 AA등급의 대만 등보다 금리가 높아 매력적”이라면서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까지 치솟았다가 급락했다가 1150원대에서 주춤한 만큼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이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