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는 거냐" "통탄스러운 "..朴, 국회 겨냥 '분노의 20분'

국회 겨냥 발언 뒤 10초간 침묵지키기도..압박수위 '최고조'
  • 등록 2016-02-24 오후 2:20:29

    수정 2016-02-24 오후 4:48:53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자다가도 몇 번씩 깰 통탄스러운 일” “기가 막힌 현상들” “자조 섞인 생각도 듭니다” “똑같은 국회의 행태를 보는 건 국민으로선 좌절감 밖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이른바 ‘박근혜표 중점법안’ 처리를 거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향해 맹비난을 쏟아내며 압박강도를 최고조로 높였다. 올 들어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불거진 안보위기 이후 국회압박을 자제해왔던 박 대통령이 다시 ‘심판론’을 꺼내 들며 법안처리 전쟁의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여야가 4·13 총선 선거구 획정을 위한 선거법만을 처리하려 하고, 여야가 합의 처리키로 했던 테러방지법마저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무제한토론)에 막혀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실망과 원망을 넘어 울분을 토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9일 본회의 직전까지를 ‘사실상의 계엄령’으로 잡고, 법안 통과를 위한 막판 총력전을 편다는 계획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법안 문제만으로 본회의 날짜를 다시 잡는 건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박 대통령은 20분간의 모두발언을 통해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더 늘려서 우리 청년들과 중장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방법을 뻔히 알면서도 법에 가로막혀서 그것을 하지 못한다는 것, 이것은 정말 자다가도 몇 번씩 깰 그런 통탄스러운 일”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노동시장의 옷을 입고 너무나 고통스럽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거기에 맞는 옷을 지어놓고, 바꿔 입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법이 가로막아서 이 옷을 입지 말라고 하면 맞지 않는 옷을 껴입은 사람은 고통스러운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얼마든지 희망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안 하고 우리를 지지해달라고 그러면 국민이 지지해서 뭐를 할 거냐”며 “똑같은 행태의 국회를 바라본다는 것은 국민으로서는 좌절감밖에 가질 수가 없는 일”이라고 ‘심판론’을 제기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도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밀려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많은 국민이 희생을 치르고 나서 통과를 시키겠다는 얘긴지, 이건 정말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라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법안처리를) 다 막아놓고 어떻게 국민한테 또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뒤 약 10초간 침묵을 지켰고, 10여차례에 걸쳐 책상을 내려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그 10초가 마치 10년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최근 들어 저렇게 화가 나신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참여했고 서명인이 140만명을 넘어선 민생법안 입법촉구 서명운동을 두 차례나 언급하며 국회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는 국정운영 기조를 일자리 중심으로 강화해야 된다”며 “어떤 정책을 생각하더라도 이게 투자나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버려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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