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민 기자] 현대차와 기아가 전기차 충전 대신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조만간 선보인다. 정부 특례에 따라 배터리 탈부착 방식의 전기차 제조할 수 있는 데 이어 교환식 충전 서비스까지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배터리 교환식 충전 서비스는 전기차 최대 단점으로 꼽혔던 최대 4~7시간 걸리던 충전시간을 단 5분만으로 대폭 줄일 수 있어 주춤한 전기차 시장 반전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중인 기아 EV6.(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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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토교통부는 제3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개최해 ‘전기차 배터리 교환식 충전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차량과 배터리의 소유권을 분리해 등록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이 서비스에 대한 규제 특례는 현대차·기아와 현대차그룹에서 분사한 전기차 솔루션 전문기업 피트인, 전기차 개조업체 제이엠웨이브가 신청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선 전기차 배터리를 차량의 한 부분으로 간주, 배터리와 차량이 소유권이 분리되지 않는 방식으로 관리됐다. 그러나 이번 특례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 등록할 수 있게 해 전기차 충전 대신 배터리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는 완속충전기를 사용하면 4~7시간이 걸리고, 급속충전기를 사용해도 20~40분이 걸린다”며 “배터리를 충전하는 대신 충전소에서 완충된 배터리로 갈아 끼운다면 소요 시간을 5분 내외로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기차 가격이 지금보다 대폭 낮아지는 효과도 발생한다. 전기차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와 차량의 소유권 분리함으로써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가격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배터리 교환식의 전기차는 차량 가격 부담도 크게 완화해 전기차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며 “특히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배터리 리스 시장이라는 신규 사업 진출의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 혁신위는 지난 2월 현대차가 신청한 ‘전기차 배터리 교환형(탈부착) 차량’ 제작에 대해서도 특례를 부여한 바 있다. 현재는 배터리 탈부착 차량에 대한 제작 기준이 없어 특례를 적용해 전문기관의 안전성 확인을 받은 경우 배터리 탈부착 차량의 시험 제작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전기차 배터리 교환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배터리 탈부착 차량 제작에 이어 차량과 배터리 소유권 분리까지 제도적 기반을 모두 갖추게 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배터리 교환식 충전 서비스의 첫 대상은 장거리 운행이 많은 택시나 버스 사업자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배터리 탈부착 차량을 개발중에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십대의 차량을 운영해 초기 차량 구매 비용에 민감한 기업 입장에서는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을 먼저 저렴하게 구매하고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이용해 총 소유 비용(TCO)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교환식 전기차는 전기차 구매 가격 부담을 낮춰 갈수록 줄어드는 정부 보조금과 충전 불편 등으로 수요가 급감한 전기차 시장에서 분위기를 반전할 카드가 될 것”이라며 “다만 차량과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할 경우 달라지는 세금과 보험 적용 범위를 비롯해 배터리를 교환하는 충전 스테이션 관련 각종 안전 기준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