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 등이 자체 GLP-1 계열 약물에 대해 자료를 제출하면, EMA 안전관리위에서 내년 4월 회의를 통해 자살 이슈와의 연관성을 재평가하게 된다. GLP 계열의 신약개발을 시도 중인 한미약품(128940)과 일동제약(249420), 펩트론(087010) 등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정신건강과 관련된 부작용인 만큼 약물과의 연관성을 평가하는 데 시간이 충분히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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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EMA는 지난 7월부터 조사를 진행한 결과 “현재로서는 GLP-1 관련 제제와 자살 충동과의 연관성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초 EMA는 지난달까지 해당 이슈에 대한 검토를 완료하려고 했지만, 이를 6개월 연장해 내년 4월경 EMA 안전관리위 회의에서 재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EMA는 아이슬란드 의약품청으로부터 보고받은 비만약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 및 당뇨약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관련 부작용 사례 3건을 포함해 현재까지 GLP 제제와 자살 충동을 의심할 수 있는 170여 건의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발표 때보다 의심 사례가 20여 건 추가된 것이다.
삭센다와 오젬픽의 개발사인 노보노디스크는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대응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GLP-1 계열의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을 활용해 2009~2010년 사이 각국에서 당뇨병치료제 ‘빅토자’로 출시했고, 2014~2015년 사이에는 비만약 ‘삭센다’로 약물재창출에 성공했다. 이어 2017년 회사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으로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을 내놓았고, 2021년 미국에서 비만약 ‘위고비’ 승인받은 이후 출시국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2005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최초의 GLP-1 작용 기전의 당뇨병 치료제로 상용화에 성공한 ‘엑세나타이드’ 성분도 포함됐다. 사실상 시판된 GLP-1 제제를 보유한 모든 기업에게 자살 충동 영향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후발약물을 개발 중인 국내업계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미약품이 GLP-1 수용체 작용제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비만 대상 국내 임상 3상을, 일동제약은 해당 기전의 ‘ID11521156’을 발굴해 경구용 제형에 대한 국내 임상 1상을 지난 9월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이외에도 펩트론은 위고비의 성분인 세미글루타이드의 지속 시간을 1개월 이상으로 늘린 후보물질 ‘PT403’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EMA는 GLP-1 계열 약물에 대한 또다른 부작용 이슈였던 갑상선암 발생 연관성에 대해 “관련이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한 전문의는 “갑상선암 부작용보다 자살 충동 관련 부작용 이슈는 따지기가 더 복잡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갑상선이 체내 대사에 관여하는 부분이 있고, 이에 따라 대사질환인 당뇨나 비만 환자가 GLP-1 기전 약물의 복용한 전후로 변할 수 있는 여러 수치 변화 등을 따져보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살 충동과의 연관성을 따지려면 당뇨나 비만 약물을 쓴 전후의 가까운 시점 뿐만 아니라 해당 환자의 삶의 궤적에 있어 정신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해 기저질환 여부까지 총체적인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현재 글로벌 내과 전문의들은 엄격한 다이어트 등 체중 감소 스트레스 등과 맞물려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한 시점을 전후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우울증이 발생했을 가능성 등도 언급하는 상황이다. 이런 우울 장애가 GLP-1 약물과의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할 부분이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지난 9월 2010년부터 2023년 6월까지 GLP-1 약물을 복용한 환자에게서 자살 충동 등에 대한 265건의 이상 사례를 보고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FDA는 아직 직접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