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검찰청 검사는 한직?…사건 처리율 100% 육박

'뒷방에 쉬러 갔다' 세간 평가와 상반
2020년 항고 사건 7만2976건 접수·7만2879건 처리
형사부뿐 아니라, 공판·송무·감찰부도 '한직' 거리 멀어
'수사 경험 多' 10대 기수 검사 활동 무대 기능도
  • 등록 2022-06-27 오후 6:00:09

    수정 2022-06-27 오후 6:00:09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법무부가 윤석열 정부 첫 검찰 정기 인사를 단행하며 검찰 진용을 새롭게 짜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좌천지(地)’로 평가 받는 근무지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가장 핫한 유배지로 떠오르고 있는 법무연수원 외에도 고등검찰청은 상대적으로 한직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실제 고검 검사들은 세간의 평가처럼 마냥 놀고먹을까.

서울고검(왼쪽)과 서울중앙지검 전경.(사진=방인권 기자)
2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 고검(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은 2020년 기준 항고 사건을 7만2976건 접수해 7만2879건 처리했다. 구체적으로 기각 5만7580건, 각하 1만521건, 재기수사명령 4778건이다.

청별로 살펴보면 △서울고검(접수 3만3283건·처리 3만6190건) △수원고검(접수 9018건·처리 9043건) △대전고검(접수 6380건·처리 6239건) △대구고검(접수 4975건·처리 4861건) △부산고검(접수 1만1228건·처리 1만653건) △광주고검(접수 6092건·처리 5893건)이다.

전국 6개 고검 전체 사건 접수 대비 처리율이 무려 99.86%에 달하며 ‘뒷방에 쉬러 갔다’는 세간의 평가와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2019년과 2021년에는 접수 대비 초과 처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2019년 기준 전국 고검 항고 사건은 7만2259건이 접수됐고, 7만2539건이 처리됐다. 2021년의 경우 3만6319건이 접수돼 4만826건이 처리됐다. 당해 접수된 사건뿐만 아니라, 과거 접수된 사건도 처리하다 보니 접수 건수를 넘어서는 수치가 나왔다.

고검 검사는 항고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뿐만 아니라, 공판부·송무부·감찰부 등에 배치될 수 있다. 해당 부서 역시 한직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공판부는 전국 고등법원에서 진행되는 항소심 사건들의 공소 유지, 형(재산형 제외) 집행, 상소, 사면, 감형 및 복권, 범죄인 인도 등에 관한 사항을 담당한다. 고검 공판부 출신의 한 검사는 “공판부는 검사별로 각 항소심 담당 재판부가 있다”며 “속칭 ‘남의 사건’ 기록을 검토해 재판에 나서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송무부는 공익법무관들을 지휘하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이나 행정 소송의 수행 및 지휘·감독을 맡고 있다. 감찰부는 각 고등검찰청 소속 공무원들의 비위 및 복무 기강 등에 대한 감찰 업무를 수행한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전체적으로 고검 검사는 인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주로 오다 보니 활력이 있는 편은 아니다”면서도 “지방검찰청에 비해 야근 횟수가 적을 뿐 정량적으로 업무가 적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사법연수원 고(高)기수 검사들의 활동 무대를 만들어 준다는 점도 고검의 중요 기능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현재 재직 중인 사법연수원 10기대(13~19기) 검사는 총 28명이다. 이들 중 21명은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고검에서 근무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경험이 많은 검사들의 고검 근무에 대해 순기능적 측면을 주목하기도 한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보통 항고 사건은 복잡한 고소·고발 사건인 경우가 많다”며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이 천천히 앉아 양쪽 얘기를 들어보며 결론을 내는 것은 시스템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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