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엔화 가치가 일본 정부의 개입 경고에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엔 환율이 155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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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달러·엔 환율은 151.52엔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달러당 152엔을 넘보며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날보다는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날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과도한 움직임에는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단호히 조처하겠다”며 환율 급등 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처럼 엔화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건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한 후에도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계속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하면서 당분간 지금 같은 미·일 금리 차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 개인 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늘어난 것도 엔화 약세 요인이 됐다.
전문가 사이에선 외환 당국 경고에서 달러·엔 환율이 155엔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ING 애널리스트들은 “일본 당국은 환율 수준보다 변동 폭을 더 중요시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달러·엔 환율 152엔선에서 당국이 구두 개입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봤다. 이들은 달러·엔 환율이 155엔에 근접한 후에야 외환 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봤다.
외환 전문가인 우치다 미노리 다카치호대 교수도 로이터 기고를 통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신중론, 유럽중앙은행(ECB)의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파) 기류 등을 들어 엔·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52엔을 넘을 것”이라며 “3개월 내에 155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엔화 매수를 통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려면 외환기금 특별회계에서 보유 중인 외국 채권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환율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외국 채권을 내다 팔면 외국 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에 엔화 매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우밍첸 스톤파이낸셜 트레이더는 “28억 5000만달러(약 3조 8000억원) 규모의 달러·엔 옵션 거래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엔화 숏(매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고 개입 리스크가 높아진 점을 생각하면 엔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