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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을 방문 중인 구테흐스 총장은 29일(현지시간) 푸슈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끔찍한 공격에 대해 다시 한번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과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두 번째 단계’를 거론하며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을 본격화한 직후 나온 언급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스라엘을 향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인도주의적 휴전 대신 군사작전을 강화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민간인을 살해하고 납치한 행위는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 재앙을 목격하고 있다”며 “모든 당사자는 국제인도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가자지구의 상황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며 “민간인 사상자 숫자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등 14개국은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며 반대표를 행사했고, 이스라엘이 보란듯이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결의안 자체는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는 미국 등 서방 진영은 가자지구를 겨냥한 공습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한국 등 23개국은 이번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이번 전쟁을 두고 회원국간 이견이 나타나면서 유엔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유엔 안보리 역시 25일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상황을 의제로 공식 회의를 열고 각종 결의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회원국간 대립 속에 한 건도 채택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유엔이 과연 필요한 조직인가’에 대한 무용론 목소리는 더 커질 전망이다.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간 대립이 극한으로 격화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유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잇단 안보리 제재 위반 등을 보면서도 실속 없는 논쟁만 이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유엔 변화의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원국들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세상은 변했는데 유엔은 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기대도 하지 말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