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보배의 로스팅 탐방기] 바다전망이 아름다운 가족경영 강릉 카페 `브라질`

선택과 집중이 가져다준 제2의 인생 이야기
직화방식 로스터리 카페
  • 등록 2019-02-27 오후 2:19:07

    수정 2019-02-27 오후 2:19:07

[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국내 로스팅 카페 탐방 7번째 장소는 강릉 브라질 카페다. 커피 소비 공화국인 우리나라는 1999년 미국 스타벅스가 국내 1호점을 내면서 급격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1년에 한 사람이 소비하는 커피는 500잔 이상이다. 2005년부터 직접 커피를 로스팅 하는 로스터리 카페가 늘어나면서 커피 문화는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이면 복잡한 일상도 잠시 잃게 된다. 브라질 카페의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과 부드러운 커피는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고 평온해진다. 해변을 걷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은 차가운 겨울 바다도 카페에서는 아름답기만 한 풍경이다. 2007년부터 조용한 영진해변 카페로 10년 이상 변함없이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 있는 카페지기 엄우성 대표의 특별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커피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첫 직장 생활을 강원도에서 시작했다. IMF로 선배들이 강제로 정리 해고되는 시기였다. 회사는 경영위기라는 이름 아래 정리 해고를 자행했다.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도 닥치겠다는 불길한 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정든 사람들이 떠나고 남아 있는 사람들도 몇 년 후의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를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 없어 퇴근 후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강연도 듣고, 목공도 배우며 바쁜 직장인으로 살았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정한 것이 커피였다.

직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겸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업무상 주말에도 나가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직장 동료들과의 친목도 필요한 시기여서 많은 갈등이 있었다. 휴일이면 서울을 오가며 커피 수업을 듣고, 유명하다는 분들아 찾아다니며 커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며 배우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커피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아졌고, 형용할 수 없는 묘한 커피 맛에 매료되었다.

그 무렵 또다시 회사는 2번째 정리 해고를 단행했고, 퇴직금 중간 정산이 가능해졌다. 고심 끝에 퇴직금과 대출을 받아 지금의 이 자리를 매입하게 되었다. 해변 길 옆이라 바다전망은 물론 바다를 보러 온 사람도 많아 카페 자리로도 적합했다. 30년 이상 된 오래된 주택을 매입하면서 단층 건물을 개보수해 2007년 3월 쏠메이트 카페를 오픈해 아내가 먼저 운영하기 시작했다.

바닷가 주변에는 몇몇 횟집과 시골집만 있었고 카페도 없었다. 해변 주위에 자판기 커피만 있는 시기라 원두커피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 기기 위해 여름철 한시적으로 생맥주를 팔기도 했다. 커피와 맥주를 한곳에서 팔다 보니 카페 이미지도 안 좋아지고, 처음 생각했던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다. 그 후 카페 분위기에 어울리는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카페에 더욱 매진했다.

회사를 다니며 퇴근 이후, 휴일이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커피 공부도 열심히 했다. 회사는 3번째 정리해고를 반복했고 나는 진급을 하면서 퇴직을 권하는 사람이 되었다. 예견한 일이 현실로 다가오니 회사를 다니는 일이 힘들어졌다. 그 이후 기존에 사용한 카페 상호를 브라질로 변경했고, 2013년 9월 단층 건물을 허물고 2층 건물로 전면 새로 단장했다. 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까지 카페를 운영 중이다.

카페 슬로건이 있다면?

IMF를 통해 제2의 인생 커피를 시작하며, 국내는 물론 일본을 오가며 배움의 깊이도 다져졌다. 커피는 어떤 마음으로 내릴 것인가? 일본 장인들이 말하기를 “커피는 마음으로 내려 마음으로 전한다.”라고 했다. 나 역시 커피를 알아갈수록 그 말에 공감이 되었고, 카페 슬로건이 되었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소소한 행복을 바라는 마음은 지금도 앞으로도 맛있는 커피로 전할 것이다.

브라질 커피만의 차별화는 무엇인가?

해돋이를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바다 전망 카페라는 점이다. 좋은 원두로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직화 방식 로스팅을 고집한다. 디저트 또한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듯 머무는 사람들의 건강까지 고려해 좋은 원재료를 사용해 직접 만든다. 가족 모두가 함께 카페를 운영하기 때문에 가족적이고 따뜻한 카페를 만들고자 한다. 커피가 맛있는 바다전망 강릉 카페, 커피가 맛있는 곳으로 기억하며, 대를 이어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카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브라질 카페에는 다양한 세계 커피를 맛볼 수 있게 13가지 원두를 사용한다. 원산지의 맛 그대로를 느끼고 싶다면 핸드 드립을 추천한다. 매일 먹는 커피도 좋지만 다양한 커피 맛에 도전해 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직화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

직화 방식 로스팅은 예열 시간이 짧고 저온 로스팅과 고온 로스팅 모두 가능해 산지별 커피의 맛과 향을 독특하게 표현할 수 있다. 드럼 겉면에 일정한 크기의 구멍이 뚫려있어 드럼 밑에 있는 버너의 열량이 직접 전달된다. 드럼 내부의 열량 조절이 어렵고 규닝한 로스팅이 어렵지만 숙련된 사람이 사용한다면 차별화를 맛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카페 창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양한 커피 분야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체계화했다면 카페 창업을 추천한다. 커피에 대한 지식과 실전 경험이 5년 이상이 되면 창업을 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2~3년 차 경력으로 창업을 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카페를 시작할 때 장사가 안될 수 있는 1년이라는 시간을 버틸 수 있을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 처음부터 올인 할 것이 아니라 롱런할 수 있는 자신만의 전략과 노하우를 겸비해야만 향후 10년 이상을 지속할 힘이 생긴다. 쉽게 시작하지 말고, 처음부터 올인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커피도 커피 명인마다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 다양한 공부와 실습을 해 나만의 커피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카페가 7년이 되어야만 비로소 카페로 인정해 줄 정도라 한다. 카페 창업은 어쩜 쉬울 수 있으나 가장 실패할 확률도 높다는 점을 꼭 명심하자.

나만의 힐링 장소가 있다면?

카페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휴휴암이다. 온갖 번민을 내려놓고 쉬고, 또 쉬어가라는 휴휴암. 이름 자체로도 위안이 되는 곳이다. 1997년 묘적전이라는 법당 하나로 창건된 곳으로 99년 바닷가에서 누운 부처 형상의 바위가 발견되면서 동해의 명소가 되었다. 100평 남짓한 너럭바위인 ‘연화대’는 해수관음 와불상이 자리 잡고 있다. 휴휴암은 타종을 하며 소원을 비는 것으로 유명해 낙산사와 또 다른 지혜 관세음보살을 볼 수 있다. 이곳에 오면 마음도 한결 편안해지고, 일상의 번뇌도 내려놓을 수 있어 좋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IMF를 겪으며 커피를 배우고, 카페를 운영하며 느꼈던 많은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창업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좋아하는 커피를 즐기며 운영할 수 있는 카페인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전통 있는 일본의 커피문화처럼 우리나라에도 다음 세대들이 이어갈 만한 카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 지금처럼 가족이 함께 운영하며 삶이 되는 가족 창업의 노하우도 전수할 계획이다.

카페 창업은 오묘한 커피 맛처럼 다양한 경험과 커피 문화의 변화, 실내 인테리어까지 평소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요구한다.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카페, 그의 감성이 묻어나는 곳이라면 그 어떤 트렌드보다 확실한 차별화로 완성할 수 있다. 브라질 카페는 가족의 행복뿐 아니라 카페를 찾는 사람에게도 일상의 행복을 공유한다.

엄우성 대표가 좋아하는 탄자니아 커피는 레몬처럼 신맛과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큰 욕심 없이 즐기며 커피인으로 살아가는 그의 인생은 과감한 선택과 집중의 연속이 만들어낸 결과라 볼 수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선택과 집중은 꼭 필요한 삶의 지표다. 모두가 불안해했던 IMF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해 커피인으로 살고 있는 그를 보면서 다시 깨닫게 된다. 늘 우리 곁에는 희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즐기며 롱런 할 수 있는 나만의 길, 지금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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