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회계·세무 전문성이 없는 전직 관료 고문단의 무리한 영향력 행사와 이에 따른 다른 법인의 저가입찰 폐해를 막겠습니다” (기호 1번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감사보수 최저한도를 설정하고 기업과 감사보고서 이용자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안을 법제화 하겠습니다” (기호 2번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기호 1번)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기호 2번), 민만기 공인회계사(기호 3번) 등 한국공인회계사 회장 입후보자들이 8일 한공회 홈페이지에서 공약과 정견을 발표했다. 감사보수를 높이고 회원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부당하게 감사 책임을 뒤집어쓰는 일을 막겠다는 약속은 세 후보자 모두 내걸었지만, 세부 공약에서 독특한 차이가 엿보여 선거의 재미를 불어넣고 있다. 차기 회장 선거는 이달 22일 12시부터 서울 종로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 등 전국 6곳에서 진행되며 전자·우편투표는 도입되지 않았다.
이만우 “한공회 회장 고액 수당 신설 논할 때 아니다” |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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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가 발표한 정견서에서 특이한 점은 한공회 회장의 고액수당 신설을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한공회 회장은 그동안 무보수 명예직으로 일부 업무추진비만 지급해 왔는데 억대연봉의 상근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고임금 용병’과 같은 인상으로는 언론·국회의원·공무원을 설득할 수 없다”며 “예산 여력이 있다면 인상된 사이버 연수 수강료를 되돌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은 전직 관료 고문단의 무리한 영향력 행사를 막겠다는 것이다. 회계·세무 전문성이 떨어지는 전직 관료 출신 고문이 무리하게 감사 일감을 따오면서 경쟁 회계법인들이 더 낮은 감사보수를 제시하며 입찰에 나선 탓에 감사보수가 지나치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저가수주와 함께 고액 수임료 문제도 동시에 지적했다. 이 후보는 “상·하한을 정하는 감사보수 규제는 공정거래에 저촉되기 때문에 저가수주는 자율감리 단계에서 감사인력 투입 검증을 강화하고 고액 수임료는 특별회비를 부과해 제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특히 정견서 말미에 본인의 휴대번화 번호를 적어 회원과의 소통 의지를 피력한 점이 눈에 띈다.
최중경 “리스크 큰 회사 대상 감사인 지정 대폭 확대할 것”
|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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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후보가 정견서에서 밝힌 공약은 총 39개로 관료 출신답게 △감사인 ‘을(乙)’ 벗어나기 △성장동력 강화 △청년회원 지원 △지방·여성회원 지원 △감사환경 개선 △중소법인·감사반 경쟁력 강화 △민주적 조직 구축 등 7개 부문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최 후보는 감사보수의 최저한도를 설정하고 기업과 감사보고서 이용자가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일종의 ‘투자자 지불 모델(Investor Pay Model)’을 회계업계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또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하거나 금융권 부채가 많아 리스크가 큰 회사에 대해서는 감사인 지정을 대폭 확대하고 덤핑수임 등에 대한 회계감리를 강화해 감사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통일 시대에 대비해 북한지역 회계 인프라 구축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공약도 인상적이다. 북한의 회계시스템에 대한 연구는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활발히 진행되다 근 10여년 간 명맥이 끊긴 상황인데 이를 복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만기 “인기 드라마에 회계사 출연시켜 대국민 홍보” | 민만기 공인회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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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후보는 47년간의 회계사 경력과 4차례의 한공회 회장에 도전한 열정을 자랑으로 내세웠다. 일반인들이 공인회계사를 공인중개사로 혼동하는 상황에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약속도 제시했다. 인기 드라마에 회계사를 출연시켜 모든 조직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식시키고 ‘청소년 마라톤 대회’ 등 홍보성 행사도 늘려나가겠다는 것이다.
민 후보는 “한공회가 회계사들을 통제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회원들의 권익을 찾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개선사항을 적극 발굴해 모든 회원이 고마워하는 한공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