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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요? 중국인 손님들은 마스크도 안하고 다니던데요. 요즘은 너무 바빠서 화장실 갈 시간 내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서울 중구 명동 B화장품 매장 직원)
한반도를 덮친 최악의 중국발 황사도 요우커(旅客)들의 발길은 막지 못했다. 서울 중구 명동 등 쇼핑명소와 관광지는 쇼핑백을 겹겹이 든 중국인 쇼핑객과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반면 시민들은 황사를 피해 마스크를 쓰거나 스카프나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상청은 일부지역은 24일까지 일부지역에 옅은 황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명동 일대는 춘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화장품, 악세사리, 의류매장 등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매장들은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대다수가 마스크조차 하지 않은 채 쇼핑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중국 춘절연휴(17~24일)동안 12만 6000명 정도가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중 절반 이상은 서울지역을 방문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방문 3일째를 맞아 명동에서 쇼핑중이던 롱원팅(19·여)씨는 “황사가 온 줄도 몰랐다. 어제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공기가 특별히 나빠졌는지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도 황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늦겨울 한국관광을 즐겼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눈물이 나고 목이 좋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며 웃었다.
경복궁에서 중국어 해설 업무를 맡고 있는 문모(여·51)씨는 “해설 업무를 하느라 1시간가량 마스크를 쓰지 못했는데 목소리가 칼칼해지고 눈물도 계속 나왔다”며 “춘절, 방학을 맞아 여행 온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은데 대륙에서 익숙해서 그런지 ‘황사가 심하다’고 말하는 중국 분들은 못 봤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상경해 광화문 광장을 찾은 김규희(23)씨는 “황사 위험지수가 높다는 뉴스를 보고 마스크에 인공눈물까지 챙겨왔다”며 “고향과 다른 희뿌연 날씨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광장은 시청까지 1km도 채 안 되는 거리가 희뿌옇게 보일 정도로 황사가 심했다.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만난 정상민(31) 씨는 “평소에는 마스크를 하지 않았는데 용산역까지 오는 동안 황사 때문에 목이 칼칼해지고 머리가 띵할 정도여서 마스크를 새로 샀다”며 “황사가 어느 때보다 심하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약국과 편의점은 비치된 황사마스크는 출근길에 이미 동나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서울 용산구 용산역 앞 C약국 남모(46)약사는 “평소에 황사 마스크는 단 한 개도 팔리지 않는데 오늘은 문을 연 지 한 시간 반만에 마스크 150개 이상이 나갔다”며 “수량이 부족해 업자에게 추가분 200개를 주문했다. 황사 마스크를 찾는 손님 70% 정도는 빈손으로 돌아갔고 나머지는 기능이 떨어지는 일반 마스크라도 구입하겠다고 사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