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연장(만 58세→60세)을 앞두고 금융권 노사가 임금피크제 적용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수협이 금융권 최초로 임금피크제 적용시기를 만 57세로 적용하면서 금융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현재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금융기업은 만 55세부터 시행하고 있다. 임·피제 시행시기가 늦춰지면 직원들로선 그만큼 연봉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에 수협이 임금피크제 시행시기를 2년 늦춤에 따라 앞으로 금융기관 노조는 수협의 안(案)을 가이드라인으로 정해 사측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올해 금융권 임금·단체협상은 임·피제 적용시기를 놓고 난항이 예상된다.
다른 금융권 따라올까
현재 금융노조에 소속된 금융기업은 총 36곳. 이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17곳이다. 나머지 19곳은 임·피제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선 하나·외환·국민·기업은행 등 11곳이 임·피제를 운영하고 있다. 임·피제를 도입한 은행은 매년 임·피제 대상인 만 55세 직원을 상대로 회사에 남을 것인지 특별퇴직을 택할 것인지를 묻는다. 회사에 남는 쪽을 택하면 만 60세까지 정년을 보장받는 대신 매년 연봉이 깎인다. 반면 특별퇴직을 선택하면 회사로부터 몇 년 치 연봉을 위로금으로 받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에 수협을 계기로 다른 금융기관 임·피제 시행시기도 줄줄이 늦춰질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며 “특히 아직 임·피제를 도입하지 않은 금융기업 역시 수협 수준으로 맞춰야 노조와의 협의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노조는 금융사용자협의회와의 협상에서 만 60세부터 임·피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은행들 “노사 접점 찾기 어려워”현재 은행 노사는 임·피제 시행시기를 놓고 한창 협상을 벌이고 있다. 내년부터 정년이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되는 만큼 임·피제 시행시기도 이에 맞춰 늦춰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반면 금융기업들은 과도한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시행시기를 늦추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말 진행한 임단협에서 사측에 임·피제 시행시기를 만 56세로 늦춰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만약 임·피제 시행시기가 1년 늦춰졌더라면 올해 대상자가 내년에 적용받아 올해 1년치 월급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며 “올 임단협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임·피제 확대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은행은 매년 연봉이 오르는 구조여서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다”며 “임·피제 시행시기가 늦춰지면 은행으로선 그만큼 비용이 늘어나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권 노사도 이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올해 금융권 임단협에서도 이 이슈를 놓고 노사간 접점을 찾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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