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주 최대 69시간제로 불리는 주52시간제 유연화를 추진하기 위한 입법안이 내달 마련된다. 또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근로자대표를 민주적으로 선출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되고, 차별 등의 문제가 불거지는 파견제도도 개선된다.
|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실에서 ‘2023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가졌다(사진=고용노동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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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먼저 고용부는 주52시간제 유연화 등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연구회)가 지난해 권고한 노동시장 개혁방안에 속도를 낸다.
앞서 지난해 12월 12일 연구회는 노동시장 개혁 정부 권고문을 발표했다. 권고문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주52시간제 유연화로 꼽히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이다. 핵심은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주52시간제는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연장근로시간이 1주일 기준 12시간까지 허용되는 방식인데, 정부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다양화할 방침이다. 이 경우 산술적으로 주당 69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해진다.
또 한 달 단위의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도 3개월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는 연구개발 분야에만 3개월로 인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3개월 동안 주 평균 52시간을 유지하면서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초과 근로시간을 저축해서 유급휴가 등으로 활용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도입도 추진된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의 건강권도 보장하기 위한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도 같이 마련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2월 중 입법안을 마련하겠다며 속도감 있는 추진 의지를 보였다.
|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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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제 유연화는 노사가 합의를 거쳐야 바꿀 수 있도록 설계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사업주와 협상할 수 있는 근로자대표를 민주적으로 선출할 수 있도록 선출 절차와 권한 등을 명확하게 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특히 사업장 내에서 특정 직군, 직종 근로자가 근로시간제도 등 자신에 맞는 근로조건을 직접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부분 근로자 대표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파견근로자 차별 해소, 파견 대상 업무 확대 그리고 현장 불확실성 최소화를 위한 파견·도급 구별기준의 법제화 등 파견제도의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합리적 노사관계 지원을 위한 대체근로와 함께 노조 설립, 단체교섭 등 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1월부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연구회를 구성·운용하고 의견수렴과 논의를 거쳐서 상반기 중에 정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지난 8일 사전 브리핑에서 “지금 현장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제도가 파견과 도급에 대한 결정 기준에 대한 모호성 문제와 파견 근로자에 대한 차별 문제 등 사내 하청에 대한 문제”라며 “이번에 도급 또는 사내 하청 파견제도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