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보증비율 내리니 대출 한도 줄여..실수요자만 피해

  • 등록 2016-10-14 오후 4:43:10

    수정 2016-10-14 오후 5:26:37

△이달 1일부터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중도금대출보증 비율이 100%에서 90%로 줄면서 그 후폭풍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지는 중도금 대출을 5회차까지만 해줄 수 있다고 내건 포스코건설의 ‘더샵 레이크에듀타운’ 조감도와 입주자모집공고 발췌 내용.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정부가 내놓은 ‘8·25 가계부채 대책’의 후폭풍이 분양시장에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이달 1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가 해주는 은행권 중도금 대출에 대한 보증 비율이 100%에서 90%로 줄어들자 아예 중도금대출을 90%까지만 해주겠다는 건설사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아파트 계약자가 대출로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면서 내집마련에 나선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67블록에 공급한 ‘더샵 레이크에듀타운’의 입주자 모집공고를 통해 금융권 중도금대출 규제로 중도금 납부 전체 6회차 중 5회차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나머지 중도금대출 10%는 본인이 직접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관련 정책 및 대출상품의 종류, 개인의 소득 및 신용 등의 사정으로 대출한도가 계약자별로 상이하거나 대출이 불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8·25 가계부채 대책에서 주금공과 HUG의 은행권 중도금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만약 중도금대출 1억원이라면 이전에는 주금공이나 HUG가 이 1억원에 대해 모두 보증을 서줬지만 앞으로는 90%인 9000만원에 대해서만 보증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이 보증 비율을 낮춘 것은 혹시 부실이 일어나면 은행 등이 스스로 책임져야 하니 대출을 해줄 때 더욱 심사를 까다롭게 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 분양시장에서는 이 중도금대출 10%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계약자에게 돌아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예 은행이 보증 한도인 중도금 대출의 90%까지만 대출을 해 주겠다는 분양 공고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보통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요자는 분양가의 20%에 해당하는 계약금은 본인이 마련하고 분양가의 60%는 중도금대출을 받아 6회에 거쳐 납부한다. 입주 시점이 되면 중도금대출이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돼 중도금과 잔금(분양가의 20%)를 갚아나가는 구조다. 그러나 이번 중도금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는 계약금과 함께 중도금대출 6회차(분양가의 10%)를 본인이 마련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인 A씨는 “전셋값은 자꾸 오르는데 돈 있는 사람만 집 사라는 얘기”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게다가 이같은 규제가 분양권 웃돈(프리미엄)만 노린 단기 전매 수요 차단이라는 당초 8·25 대책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더샵 레이크에듀타운’의 경우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중도금대출 6회차 납입 시점은 2년 뒤인 2018년 11월 15일이다. 그 전에 분양권 전매가 이뤄진다면 계약자의 부담은 늘어나지 않는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은행은 보증축소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그 부담은 건설사나 수요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 주택시장의 현실”이라며 “이번 보증비율 축소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미분양 우려가 있는 지방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며 분양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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