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법정 다툼으로 비화된 '청년수당'

  • 등록 2016-08-04 오후 5:17:04

    수정 2016-08-04 오후 5:36:52

“내 일자리는 어디에”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청년활동지원사업, 이른바 청년수당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결국 법정에서 사업진행 여부를 가리게 됐다.

보건복지부의 취소 처분에 대해 서울시는 4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제소 카드를 꺼내들며 맞섰다. 서울시가 15일 이내에 가처분 신청을 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시는 대법원 판결 전까지 청년수당을 계속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2800여명 청년들에게 이미 현찰로 지급한 1개월 치 수당 50만원을 환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청년수당 사업이 하루 만에 중단되면서 취업난에 고심하는 청년들만 또 다시 상처받게 됐다.

일단 서울시는 이미 지급한 수당과 관련해서는 “직권 취소는 물론이고 만에 하나 법원에서 패소하더라도 활동비를 지급받은 청년 처지에서는 귀책사유가 없다”며 환수가 불가하다는 견해다.

청년수당을 놓고 서울시와 정부는 작년 11월부터 신경전을 벌여왔다. 서울시는 장기간 사회진입을 못하는 청년들에 최소한의 교육비·교통비·식비를 보장하자는 차원에서 월 5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복지부는 이를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특히 복지부는 청년수당이 사회보장제도에 해당하기 때문에 협의하라고 시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복지부와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지난 6월에는 실무선에서 합의점을 찾는 듯했다. 서울시는 수정제안서에서 지급 범위를 ‘취업·창업지원자’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담았고, 감시 방안도 보강해 청년의 활동에 대해 현금영수증 등도 제출토록 내용을 보완했다. 그러나 당시 복지부의 태도가 돌변하면서 청년수당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청와대가 강력히 반대한 데 영향을 받았다는 게 정설로 알려지고 있다.

반년 넘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서울시가 전날 청년수당을 기습적으로 지급한 데는 앞서 2일 열린 국무회의가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국무회의에서 청년수당 사업에 대한 정부의 동의를 구했지만, 역시 반대에 부딪혔다. 회의 직후 박 시장은 “절벽을 마주한 느낌이다. 답답함과 불통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달에 15억원 정도 투입되는 사업을 두고 서울시와 정부가 정면 충돌한 것을 두고 양쪽 모두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는 복지부 주장이나 최악의 실업률 속에 고통받는 청년들을 도와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이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경기 성남시의 ‘청년배당’과는 다르다. 성남시는 소득 직업 재산 등에 관계없이 성남에 거주(3년 이상)하는 만 24세 청년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 청년수당은 서울에 거주(1년 이상)하는 만 19∼29세 청년 중 근무시간이 주 30시간 미만인 사람만 지원할 수 있고, 저소득층과 장기 미취업자를 우선 선발한다. 무조건 인기영합 정책이라고 몰아세울 수 없다. 정부도 청년일자리 사업과 관련해 기업이나 학원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청년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년에게 직접 지급한 금액이 제대로 쓰이는지 검증 절차에 대한 논의가 좀 더 진행됐다면 합의점을 찾을 만한 여지가 있었다는 얘기다.

내년 대선 이벤트를 앞두고 야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정부·여당이 ‘복지 포퓰리즘’ 논쟁으로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시름하는 청년을 볼모로 한 계산된 정치공세는 볼썽사나울 따름이다.

청년유니온 등 11개 청년단체 소속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보건복지부의 청년수당 시정명령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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