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공공 시험·인증기관 KTL, 새 원장 찾기 ‘난항’

내주 후보자 5명 면접 앞두고,
"적합 인재 없다" 내부 반발
지방 이전에 급여 격차까지…
타 시험·인증기관 대비 어려움
구성원 사기 저하 우려 속,
"원장 재공모해야" 주장 커져
  • 등록 2024-08-30 오후 6:53:20

    수정 2024-08-31 오전 10:00:31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내 유일의 공공 시험·인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신임 원장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원추진위원회(임추위)의 공모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돼 내주 후보자 면접도 예정돼 있으나, 내부에서 전문성 있는 적합 후보가 없다며 재공모 주장이 나오고 있다.

KTL 임추위는 이달 14~23일 후보자 공모를 진행한 결과 총 11명이 신청했다. 또 이 중 5명이 면접 대상자로 선정돼 내주 면접을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내부에서 KTL의 위상과 역할에 걸맞은 적정 후보자가 없다는 지적고 함께 재공모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노조가 30일 진주시청에서 현 임원추천위원회가 진행 중인 원장 공모 절차를 중단하고 재공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KTL 노조)
KTL 노조는 30일 본사가 있는 진주시청에서 “경쟁 기관은 대정부 네트워크가 강한 산업부 출신 관료를 기관장으로 임명해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산업부 출신도 없고 어울리지 않는 기관의 직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며 “하마평대로 원장 임명이 이뤄진다면 KTL은 경쟁력을 잃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번 KTL 원장 공모에 참여한 11명의 후보 중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과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같은 다른 시험·인증기관 중 KTR과 KTC는 산업부 실장 출신이 원장을 맡고 있고, KCL 원장직에도 많은 예비 후보자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노조가 문제 삼는 건 내정자라는 하마평이 도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의 본부장 후보다. KETI는 KTL과 마찬가지로 산업부 산하의 전문생산기술 연구기관이다. 그러나 임직원 수가 500여명으로 900명 규모의 KTL보다 작고, 임원도 아닌 본부장급 직원이 원장 유력 후보에 오르는 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진주 본원에 내걸린 현 임원추천위원회 신임 원장 공모 중단 촉구 현수막. (사진=KTL 노조)
KTL이 다른 시험·인증기관과 달리 기관장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건 다른 곳과 달리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것과 무관치 않다. 이들 시험·인증 기관은 이전까지 사실상 산업부 소속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의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의 성격이 강했으나 KTL을 뺀 3곳은 2006년 독립적인 비영리 재단법인이 됐다. 이후 다른 3개 기관은 서울·수도권 본원을 기반으로 유지했으나 KTL은 정부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2015년 경남 지주로 이전하며 지리적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빠졌다. 또 정부의 관리·감독 아래 급여도 통제를 받은 통에 KTL과 다른 3개 기관의 기관장 급여가 2배 가까이 벌어졌다. KTL 원장의 급여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잘 받아야 2억이 약간 넘는 수준으로 타 기관 대비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와 지역적 제약, 여기에 공공기관으로서 정부의 관리·감독과 국회 국정감사를 받아야 하는 추가적인 부담이 뒤따르는 게 기관장 구인난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30일 퇴임한 김세종 직전 원장 역시 산업부와는 무관한 프랑스 화학기업 화학기업 생고뱅 출신이었다.

이 같은 KTL의 기관장 구인난이 자칫 KTL 구성원의 사기를 저하하리란 우려가 나온다. KTL 노조는 진주 본원에 현 임추위를 중단하고 신임 원장을 재공모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내주로 예정된 임원 후보 면접 추진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TL 노조 관계자는 “KTL은 정부 지방이전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고객의 절반 이상이 있는 수도권을 떠나 진주 혁신도시로 안정적으로 정착했고 우주·항공사업을 통해 지역 발전에 이바지했다”며 “산업부 출신이 원장 부임을 꺼린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임추위를 다시 진행해 산업부 고위 관료나 비중 있는 정치인처럼 추진력과 협상력을 갖춘 인물을 원장으로 모셔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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