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장관 “안전진단, 향상된 삶의 질 반영한 새 기준 필요”

노후아파트 안전진단 면제 기준 관련
주차 대수, 배관, 층간소음 등 새 척도 필요
겨울엔 겨울옷 입혀 ‘국회 리스크’ 피해야
건설업계, 해외 먹거리로 눈 돌려야
  • 등록 2024-01-11 오후 3:00:00

    수정 2024-01-11 오후 7:37:05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안전진단도 이젠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11일 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과거에는 콘크리트가 단단한지 등 집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안전진단 기준으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행위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주거 공간인지를 보는 척도가 되게 할 것”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전날 국토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두 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당장 이를 적용한 사례로 오는 2030년엔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 아파트의 첫 입주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선도단지를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후 일각에서 ‘안전진단 면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박 장관이 부연설명을 한 것이다. 박 장관은 새로운 안전진단 기준에 대해 △가구 수에 맞는 주차 공간 확보 여부 △배관 노후도 정도 △층간 소음 문제 △과도한 장기수선충당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방문한 아파트는 786가구 단지인데 주차 가능 자리가 455가구뿐이었다. 1가구에 2대 이상 차가 있는 것이 현실인데, 가구당 0.5 주차 자리에 주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 배관이 부실하거나 여러 가지 수선할 곳이 많은 아파트들은 콘크리트가 아무리 단단하다 해도 삶의 질이 떨어지고 수선 비용이 억 단위로 들어 관리비가 비싸지는 경향도 있다”며 현장을 느낀 문제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층간소음 역시 30년 전 아파트를 지을 때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기준이 된 만큼 생활 제반 요소를 충족하는 지가 안전진단 구성 요소에 포함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다만 이 부분은 다양한 사회적 의견이 수렴돼야 할 부분으로 구체적으로 (안전진단기준) 개편 방안은 추후 발표할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고금리발 부동산 한파에 대해 정부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온기가 돌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를 정상화하는 정책 방향을 고수하지만, 모든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되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국회나 지자체 등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정책 방향의 결을 맞춰야 함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과한 시장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기에 미분양에 대해 일일이 정부가 다 개입할 순 없지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여름엔 여름옷을 겨울엔 겨울옷을 준비는 해야한다”며 “겨울에 옷을 준비 안 하면 다 얼어 죽어 오히려 ‘정부 리스크’가 될 수 있는데, 같은 맥락에서 국회도 민생을 고려해 적시에 국회가 할 일을 해 ‘국회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맞는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현재 국회에선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 불발로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는 태영건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부실 관련 정부의 개입 여부에 대해선 “모든 사업은 리스크를 안고 있는데, 우리가 보는 것은 개별 기업의 흥망이 아닌,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라고 선을 그으며 “업계가 무너져 국가 경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되면 공적 자금으로 선제대응을 하도록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부동산 시장 한파를 피해 많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로 먹거리를 찾아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인구가 현재 75억명인데 2050년까지 100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대부분 개발도상국을 나가보면 집이 없어 난리인데, 이런 분위기가 우리나라 건설사들에게는 큰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정부도 길을 터주기 위해 적극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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