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괴담들, 감염속도보다 훨씬 빠른 이유

  • 등록 2015-06-04 오후 4:28:03

    수정 2015-06-05 오후 2:21:47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자고 나면 늘어나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들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의료진 2명을 포함해 5명이 메르스 양성으로 추가 확인되면서 지금까지 확진 환자가 모두 35명으로 늘었다고 4일 밝혔다.

확진환자 증가만큼이나 국민들을 더 불안에 떨게 하는 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속수무책으로 커지고 떠도는 각종 유언비어다.

메르스와 관련한 SNS 괴담은 주로 확인되지 병원과 관련한 허위정보에 머무르다 최근에는 그 범위가 확대돼 ‘메르스가 공기 중에 퍼진다’, ‘탄저균으로 인해 메르스가 발생했다’는 식의 말들이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한 학교가 확인되지 않은 메르스 괴담 문자를 직접 발송하는 해프닝이 있었고 서울 강남의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는 메르스 의심 환자였던 50대 A씨가 서울 강남의 거주지를 벗어나 고창까지 갔다 온 사실이 알려지며 갖가지 소문을 퍼뜨렸다.

대치동의 한 학원은 ‘A씨의 아들이 다닌다’, ‘메르스 의심 환자가 있다’는 괴담이 돌자 문의전화가 빗발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강남의 한 호텔에서는 외국인 의심환자가 구급차에 실려 갔는데 이 장면을 일부 시민들이 촬영한 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덧붙여 유포시키는 등 일부 사실과 괴담이 뒤섞이고 확대·재생산되면서 공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자·SNS 괴담 확산에 대해 정부의 입장표명이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현재까지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감추고 숨길수록 확인되지 않은 괴담은 점점 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이날 메르스 관련 TV 대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공적인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다. 충격이 올 때마다 믿음이 깨지는 이유”라며 “정부의 관리능력에 대한 불신, 정부의 정보에 대해 믿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며 불안해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정보를 찾게 된다. 그런 심리를 누군가가 악용해서 유언비어를 터뜨리는 거고 그것에 국민들은 솔깃해진다. 정부보다는 지인이나 주변 사람들의 사적인 정보를 더 신뢰하게 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30일 기준 유럽 질병통제센터(ECDC)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메르스 치사율이 40.8%(확진 환자 1172명, 사망자 479명)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국내 메르스 확진 환자 수는 35명이고 이중 사망자는 2명이다. 환자 3명 정도가 불안정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도 국내 치사율은 전 세계 평균보다 낮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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