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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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가 재부각되고 있다. 본래는 미국이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다른 나라와는 구분되는 특별한 점이 있다는 뜻이지만, 최근에는 미국 경제가 ‘나홀로’ 성장하는 상황을 일컫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던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지난 이후 미국 경제가 유독 빠르게 정상화하면서 이전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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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은행 외자운용원과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올해 3%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2% 초반의 양호한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 전망 기준으로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2.2%이며 내년은 1.9%로 추정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 지역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8%. 1.2%로 예상했다.
세계 1위 경제 대국이자 이미 경제 성숙기에 접어든 지 오래인 미국이 이처럼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김좌겸 한은 뉴욕사무소 차장은 “2020년 이후의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팬데믹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고 회복 속도도 더 빠르고 지속적”이라며 “실물분야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김 차장은 미국의 차별적인 고성장 원인으로 꾸준한 인구 증가와 이민자 유입으로 생산 가능인구가 탄탄하고 인공지능(AI) 도입 효과 등에 힘입어 노동생산성이 향상된 점을 손꼽고 있다. 또한 견조한 기업투자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과 팬데믹 이후 미국 정부가 추진한 리쇼어링(자국 기업의 본국 회귀)을 장려하는 경제정책,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이점도 미국의 성장세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박성준 한은 외자운용원 운영전략팀 차장은 “미국 가계의 건실한 재무여건과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 등으로 민간소비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민간투자도 양호한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내년 1월 들어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이민정책은 미국의 고공 성장을 방해할 요소로도 꼽힌다. 친기업 감세와 규제 완화는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미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관세 부과의 경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킬 수 있어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민정책의 경우 미국으로 신규 유입되는 이민자 및 난민자 수는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크게 줄어들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노동공급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 차장은 “지정학적 불안 등 글로벌 불확실성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방향 등 내부적 불확실성이 산재하지만 미국 경제는 단기적인 부침 속에서도 당분간 달러화 패권을 유지하며 풍부한 정책 여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리며 “우리나라로서는 앞으로도 미국의 자국 예외주의를 유지하려는 움직임과 정책 방향에 대해 유의하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