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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S&P·나스닥 같은 방향 움직여…투심 악화 변수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올해 들어 48거래일(11일 기준)간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엔비디아의 주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날은 총 14일로 집계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와 비교하면 11일에 그치고 있다. 즉 엔비디아의 주가가 상승·하락에 따라 S&P500지수나 나스닥지수가 함께 오르거나 내리는 경향을 보인다는 의미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해 240% 급등한 데 이어 올해도 이날까지 73% 상승, 뉴욕증시 상승을 주도한 종목 중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최근 2거래일 연속 하락하자 고점 논란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스턴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S&P500 상위 10개 기업은 1990년대 중반 기술주 버블(닷컴 버블) 당시 상위 10개사보다 과대평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상위 10개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995년 닷컴 버블 당시 19배였던 반면, 현재는 30배에 육박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켓워치의 마크 헐버트도 이날 “엔비디아는 더 이상 월가가 선호하는 AI 주식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 엔비디아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AI 유망 종목 가운데 4위에 그쳤다고 전했다. 헐버트는 월가 재야 전문가들의 뉴스레터를 취합해 정기적으로 투자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엔비디아 주가가 장 초반 5% 이상 급등했다가 이후 5% 이상 급락했다”면서 “하루 10%포인트 이상의 주가 반전은 2000년 3월 닷컴 버블 고점 또는 그 근처에서 자주 발생했다”고 짚었다.
이외에도 프로핏마트증권의 연구책임자인 애비내쉬 고락쉬카는 “실망스런 미 고용지표가 공황 매도를 촉발했다”고 진단했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S&P500·나스닥지수 방향을 결정하는 경향도 있지만, 투자심리가 악화해 차익 실현 등 엔비디아 주식의 매도세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주요 경제지표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엔비디아의 주가도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월가 전문가 92% “경쟁자 없어…추가 상승 여력 충분”
하지만 시장 전반적으로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AI 칩 시장에서 장기간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서다. 현재는 엔비디아가 AI에 필요한 그래픽저장장치(GPU) 가격을 높여도 고객사는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쟁사인 AMD가 쫓아오고 있긴 하지만 언제 따라잡을 지 불분명하다. 엔비디아가 견조한 실적 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의미다.
CJ 뮤즈는 “AI가 요구하는 더 큰 컴퓨팅 요구를 충족하려면 데이터센터의 기능을 향상해야 한다. 지난해 데이터센터 GPU 수요의 40%가 AI ‘훈련’이 아닌 ‘추론’에서 발생했다”며 “이 부문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약 95%에 달한다. 또 이 같은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요소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H200의 두 배 성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B100에 대한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주가가 40%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CFRA 리서치의 샘 스토발 수석 투자 전략가도 “(지난 8일) 주가 급락은 투자자들이 조금 앞서 나가면서 과매수 상황이 발생하고, 일부 투자자가 차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라며 “엔비디아 주가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낙관했다.
기술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우후죽순으로 스타트업이 생겨났던 닷컴 버블 때와는 현저히 다른 상황이라는 반론도 많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뉴욕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현재 미 증시는 주가와 실제 기업의 가치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거나 과도한 레버리지가 사용됐던 과거 호황-불황 주기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