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실명 공개' 김민웅 전 교수, 항소심서도 "고의 아냐"

서울동부지법, 7일 김 전 교수 항소심 첫 공판
2020년 12월 페이스북에 피해자 실명 게시한 혐의
"시력 안 좋아서 실수…고의 없었다" 주장 반복
다음 공판 오는 5월 16일
  • 등록 2023-03-07 오후 5:08:59

    수정 2023-03-07 오후 5:08:59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실명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혐의를 받는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항소심 첫 공판에서도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서울 종로구 한 서점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과 2차 가해의 실상, 상처를 극복한 과정을 담은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1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비밀 준수)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전 교수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김 전 교수측 변호인이 늦어, 재판은 1시간가량 지연돼 열렸다.

김 전 교수는 지난 2020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시장 비서의 손편지’라며 성추행 피해자인 A씨의 실명이 담긴 편지 사진을 올렸다. 게시글은 약 7분 후 삭제됐지만, A씨 측이 김 교수를 고소하고 검찰은 지난해 4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이날 김 전 교수는 1심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행위가 고의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전 교수 측 변호인은 “고소인(A씨)을 피해자로 하는 성폭력 범죄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지 않은 상태에서 나쁜 시력으로 인한 실수로 실명을 SNS에 게시한 것”이라며 “사과는 물론 100일간 SNS 활동을 중단하는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김 전 교수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여기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1년의 실형보다 가벼운 수준이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면 SNS의 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그럼에도 인적사항이 담긴 게시물을 올린 것은 공개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게시 기간이 짧았으며 추가 유포 등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 전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내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며, 피해자 A씨에게 미안하다는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 1심 판결 이후에도 사죄와 함께 판결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검찰이 항소한 후 곧 항소를 해 쌍방 항소가 이뤄졌다.

검찰은 나쁜 시력으로 인한 실수였다는 김 전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손편지 사진만 봐도 실명이 바로 눈에 들어오는데,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여기에 박 전 시장의 무고를 주장하기 위한 글이었음을 고려하면 과실이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교수는 직접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다가 제지를 받기도 했다. 김 전 교수는 “한 사람의 주장만이 있었고, 아직 실체에 대한 법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을 이어나갔고, 검찰은 “법정을 정치적 발언의 장소로 활용하지 말라”고 그를 막았다. 재판부 역시 “향후 의견서 제출, 최후 진술을 참조하겠다”고 재판을 마무리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5월 16일 진행될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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