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부실한 대체투자는 애써 외면?…공정가치 평가에 쏠리는 눈

주식·채권 부진한 LP들, 대체투자 섹터 의존
공정가치 평가 통해 대체투자 수익률 등 산정
주요 연기금 빼고 중소형 공제회는 안 하기도
"대체투자 시장도 거품…정확한 수익률 아냐"
  • 등록 2022-07-26 오후 5:49:37

    수정 2022-07-26 오후 5:49:37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전통자산인 주식과 채권 모두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국내 자본시장 큰손들이 대체투자에 의존하고 있다.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올해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면서 대체투자 자산이 한 줄기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대체투자 자산규모나 수익률 등을 산정하는 공정가치(Fair Value) 평가가 의무가 아닌 탓에 대체투자 수익률에 현재 시장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머지않아 부실한 대체자산도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 대체투자 비중 및 운용자산 규모. (자료=각 기관)
의무 아닌 공정가치 평가…“손실 나도 몰라”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 등 국내 3대 연기금을 제외하고 자산규모가 적은 일부 중소형 공제회에서는 공정가치 평가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가치란 합리적인 거래를 전제로 시장에서 자산이 거래되는 시장가격을 말한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경우 주식과 채권에서 벗어나 부동산·인프라·기업투자·벤처캐피털 등 다양한 대체자산을 발굴해 투자하기 때문에 더욱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가격이 존재하는 전통자산과 달리 표준화된 시장이 없는 대체투자의 특성상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한 시장가격을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대부분 해외에 투자한 자산이라 환율의 변동으로 인한 환차 손익 등을 공정가치 평가에 모두 반영해야 한다는 것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실제 자산 가격을 산정하기 전에 복잡한 평가 기준과 체계를 먼저 손봐야 한다”며 “가뜩이나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시에 하락해서 시장 상황도 안 좋은데 앞장서서 정확한 대체자산 가격을 책정하려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정가치 평가가 의무가 아닌 기관도 많아 지금 당장 손실이 난 대체투자 자산이 잘 안 드러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체자산도 불안…“평가 체계 개선 필요”

일반적으로 국내 주요 연기금들은 연말에 공정가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들을 제외한 일부 중소형 공제회들은 현재 공정가치 평가를 하지 않고 듀레이션(투자자금의 평균회수기간)이 끝날 때 확정된 캐시플로우(현금흐름)만 수익률을 산정할 때 반영하고 있다.

다른 공제회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연기금과 공제회들이 대체투자 덕분에 두 자릿수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공정가치 평가를 하지 않아 다른 기관투자가보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게 나온 부분이 있지만, 당사자마다 기준이 달라 평가를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평가 체계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체투자 비중과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1년에 1~2번 진행되는 공정가치 평가 체계를 재점검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정가치 평가 체계를 수립해 각 기관이 소유한 자산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국민연금도 현재 대체투자 성과평가 벤치마크(BM)의 적정성 등 대체투자 운용 전략과 성과 평가 체계를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자산이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산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는 쉽지 않지만, 평가 자체를 안 하는 것은 부실한 자산을 손 놓고 외면하는 것과 같다”며 “대체로 기관투자가들이 1년에 1번 공정가치를 평가하는데 빈도를 늘려 자산가치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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