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 어린이가 입던 옷 국가민속문화재 됐다

정확한 옷 주인은 문헌으로 전해지지 않아
조선 시대 왕가 어린이 복식 문화 잘 드러나
  • 등록 2021-11-29 오후 4:01:17

    수정 2021-11-29 오후 4:01:17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조선 시대 왕실의 어린이 복식 문화를 파악할 수 있는 ‘전 영친왕 일가 어린이 옷(총 9건)’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고 문화재청은 29일 밝혔다.

사규삼 및 창의(사진=숙명여자대학교)
이번에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는 복식 유물은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 시대 왕실의 어린이 옷(총 9건)이다. 1998년에 당시 숙명여자대학교 김명자 교수(제7대 환경부 장관 역임)가 기증했다.

김교수는 1972년에 아들의 돌을 축하하는 의미로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영친왕비 이방자 여사로부터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이은(李垠, 1897~1970)의 옷을 선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옷의 주인을 알 수 있는 문헌 등 자료가 부족하고 옷의 크기로 미루어 볼 때 실제 영친왕이 착용했다고 특정할 수는 없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 영친왕 일가 어린이 옷’은 조선 시대 왕가 어린이가 입었던 옷에서 볼 수 있는 주요한 특징들이 잘 나타나 있기에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전 영친왕 일가 어린이 옷’은 사규삼(조선 시대 남자아이가 착용하던 예복)과 창의, 두루마기, 저고리, 색동마고자, 풍차바지, 조끼, 버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의 조사 결과, 일본에서 환수되어 2009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영친왕 일가 복식 및 장신구류(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중 영친왕의 아들 이구(1931~2005)의 복식 유물과 비교했을 때 소재, 단추, 문양 등이 매우 유사하다고 밝혀졌다. 또 왕가 어린이 복식은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유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 희소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어린아이가 착용하기 쉽게 분홍색 사규삼 아래 녹색 창의를 받쳐 꿰매놓은 ‘사규삼 및 창의’는 조선 시대 왕실과 반가에서 돌옷이나 관례 시 예복으로 입힌 것으로 현재 남아있는 유물이 드물어 희소성이 높다. 또 돌띠 방식의 긴 고름을 달아 만든 ‘두루마기’와 ‘저고리’, 그리고 용변이 용이하도록 뒤가 트인 ‘풍차바지’ 등은 어린아이에 대한 배려와 조선 시대 어린이 복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밖에도 손바느질과 재봉틀 사용이 모두 확인되는 ‘조끼’는 서구문화의 유입에 따른 봉제 방법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유물인 점, 전체적으로 의복의 소재와 문양 등이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유행한 것으로 확인되고 그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 등에서 학술적으로 가치가 탁월하다고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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