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빠진 ESS 구축안…“천문학적 비용 탓”

정부 “시나리오 확정한 후 부분별 이행 로드맵 등에서 관련정책 검토할 것”
전문가 “하루 저장비용만 1000조…계통안정용 등 추가 시 수십 배 불가피”
  • 등록 2021-09-30 오후 4:23:35

    수정 2021-09-30 오후 7:30:55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을 보조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대책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ESS 대책이 빠진 것이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시나리오 초기부터 검토에서 제외했다고 했지만, 정확한 비용 추계 등에 대해선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SS란 전력을 미리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공급하는 에너지 저장시스템으로, 대표적 친환경 에너지 발전인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을 보조하는 역할로 무탄소 에너지원의 한 축을 담당한다.

(자료=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탄소중립위원회 에너지분과 전문위)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30일 “ESS 관련 구체적 내용은 현재 탄소중립위원회에서 검토 중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50 시나리오를 확정한 후 정부 부처에서 부문별 이행 로드맵 등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검토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탄중위 전문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기초 자료를 검토하는 초기 단계에서 에너지 저장 필요량과 저장장치 용량 등에 대해 여러 가정을 기반으로 시뮬레이션했다”면서 “다양한 에너지 저장 시뮬레이션 중 100% ESS만으로 저장장치를 구축하는 극단적인 가정을 기초로 소요비용·부지도 단순 추정했을 뿐 시나리오 검토 초기 단계부터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적의 에너지 저장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미래 기술발전, 경제성, 효율성을 고려해 ESS, 양수발전, 그린수소, 유연성 자원 등 다양한 조합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설명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탄중위 에너지분과 전문위 의견 검토` 자료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61.9%(발전량 769.3TWh)로 가정할 때 ESS 구축에 필요한 예산만 최소 787조원에서 최대 1248조원으로 추산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수급 균형 유지를 위한 재생 에너지 잉여 전력 저장 용도만 검토한 것으로 보여 계통안정화용 ESS까지 도입한다면 더 많은 비용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지난 8월 탄중위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할 때도 ESS 비용을 포함한 일체의 비용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이번에 탄중위 전문위 의견으로 제시한 저장비용 약 1000조원은 낮에 생산한 전력을 밤에 사용하는 정도의 하루살이 저장을 위한 용량만 고려했다”며 “최소한 며칠에서 한 달 이상은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데 1000조원의 수십 배 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재로서 ESS의 대안도 거의 없다”며 “정부와 탄중위가 제시한 양수 발전도 딱히 적당한 곳이 없는데다 탄중위가 제시한 재생에너지 수소 생산은 ESS 구축비용보다 더 들기 때문에 현재 기술력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역시 “한국은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ESS를 가장 많이 쓸 수밖에 없다”며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은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데다 비용 등에 대한 분석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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