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이 처음으로 개인 모바일 대출인 ‘위비(WiBee) 뱅크’ 상품을 내놓은 뒤 중금리 대출 시장을 겨냥한 은행권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7등급 이하의 고객이 대상이었지만 대구은행이 8등급인 직장인까지 신용대출 대상을 확대하면서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 달라’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부합하는 모양새지만, 일각에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영역을 침범해 서민금융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 중금리 대출시장 선점 경쟁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중금리 신용대출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우리은행의 ‘위비’모바일 대출실적은 지난 28일 현재 6900건 2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건당 390만원의 대출이 나간 셈이다. 이 상품의 1인당 대출한도는 1000만원으로 신용등급이 1~7등급에 속해야 자격이 있다. 우리은행은 컨설팅·IT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모바일 대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하나은행의 ‘하나 이지세이브론’도 3개월 이상 급여 또는 사업 소득만 있으면 자격이 부여되며 대출 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연 6~10%면 가능하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연 0.2%의 우대 금리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지방은행도 신용기준 완화하며 가세
중금리 대출 시장이 뜨겁자 지방은행도 뛰어들었다. DGB대구은행은 영업점 방문 없이 인터넷을 통해 우대금리로 신용대출이 가능한 ‘직장인 e-Start론’을 출시해 1일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3개월 이상 재직 중인 직장인이 대상인데, 신용등급을 8등급까지 확대했다. 최고 1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재직기간이 짧은 사회 초년생, 주로 제2금융권의 대출을 이용 중인 고객도 5~9%대로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출시된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이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이 우후죽순으로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으면서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전통적인 서민금융 영역이 침범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서민금융기관에 대해선 손쉬운 주택담보대출에만 의존하지 말고 저신용자를 위한 서민금융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하면서 은행에겐 오히려 중금리대출을 독려하고 있다”며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