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표준 막은 '통신마피아' 논쟁 진실은?

  • 등록 2014-07-03 오후 7:23:40

    수정 2014-07-04 오전 12:18:13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지난 2일 열린 국내 방송통신의 기술 표준을 정하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총회에서 지상파의 초고화질(UHD) 방송 표준안이 부결됐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통신사들의 꼼수 때문이라고 반발하는 성명서와 함께 지상파 방송3사의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관련 기사를 보도하며 여론전까지 펼치고 있다.

’TTA의 표준 부결은 왜 발생했을까’, ’지상파와 통신사간 700MHz 주파수 분쟁때문일까’, ‘지상파는 왜 관례와 다르게 UHD표준을 국가표준이 아닌 민간표준부터 추진했었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최근 열린 TTA총회가 왜 논란인가.

△TTA총회는 정보통신단체표준(TTAS)의 제정, 개정, 폐지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 및 의결하는 TTA의 최고 의사 결정 조직이다. 국가 표준이 아닌 민간 표준을 정한다. 1년에 두차례 대면회의를 열고 필요시 서면회의를 한다. 지난 2일 열린 81차 회의에서 총 34건의 표준 후보안이 올라왔고, 이중 10여건이 부결됐다. 논란이 된 부분은 지상파 UHD표준안이 부결돼 지상파 방송사가 반발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상파 UHD표준은 무엇인가.

△방송사가 UHD방송을 상용화하려면 국가가 기술 표준을 확정해야 가능하다. 유료방송은 대체로 TTA를 통한 민간 표준을 받은 뒤 국가 표준을 받았다. 케이블방송과 케이블은 각각 지난해 8월, 12월 TTA통해 UHDTV 송수신정합규격 표준을 획득했다. 이후 미래부는 국가표준으로 케이블은 지난해 10월, 위성은 지난 6월 최종 확정했다. 지상파도 똑같은 방식으로 TTA를 통해 UHD표준을 받으려는 시도를 했다.

-유료방송과 지상파는 표준을 정하는 방식이 다른가.

△지상파 방송은 국민 누구나 보편적으로 봐야하는 방송인 만큼 표준을 정하는데 신중한 편이다. 한번 기술 표준을 결정하면 이를 적용한 TV수상기를 1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 정할 경우, 시청자들이 이미 구입한 수상기를 모두 바꿔야 하는 정책 실패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청자가 선택해 골라볼 수 있는 유료방송에 비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무료로 제공되는 지상파방송의 표준을 정할 때 세계 추세 등을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결정된다.

이번에는 지난 아날로그방송에서 디지털전환 때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국가가 디지털 방송을 하겠다고 방향을 정한 뒤, 미국방식(ATSC)의 HD방송 규격을 확정했다. 이후 세부적인 기술은 지상파가 TTA로부터 민간표준을 획득하는 식이었다. 국가에서 모든 기준을 세부적으로 다 정할 수 없으니 민간기구인 TTA에 위임했기 때문이다.

지상파가 UHD의 경우 TTA에서 먼저 민간 표준을 받으려고 했던 것은 TTA 표준을 통해 최대한 빨리 국가 표준으로 인정받아 내년 안에는 UHD방송을 상용화하겠다는 의도 때문으로 보인다.

-TTA총회에서 지상파 UHD 표준이 부결된 이유는 뭔가.

△민간 표준은 국가 표준과 달리 사업자가 자사 기술에 대한 고유 표준을 갖게 되는 되는 셈이다. 기술적인 결함이 없다면 보통은 안건이 통과된다. 이날 UHD표준안 안건은 표결 전에 반대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부결됐다. 의결권 절반 정도를 갖고 있는 통신사3사 모두 반대 의사를 보여 표결 자체가 의미가 없었다. 통신사는 “최신 기술이 반영돼 있지 않고, 국제 표준화 상황과도 고려해야한다“며 “이를 감안하지 않고 신속하게 표준을 정할 필요가 없다”는 요지로 반대 이유를 들었다.

아직 정부에서 지상파 표준방식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조사는 지상파 실험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동글기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방식으로 지상파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시청 가구가 제한적이고 프로모션 차원이나 결국 사업자들이 방송 규격을 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세계적으로 지상파 UHD표준 규격은 마련됐는가.

△UHD방송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선두적으로 경쟁하고 있을 뿐, 아직 북미나 유럽에서는 속도를 내고 있지 않다. 특히 UHD방송은 유료방송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고 지상파 UHD의 도입을 결정한 국가는 아직 없고, 표준화 작업도 논의 중에 있는 상황이다. 국내 지상파는 유럽에서 아날로그방송에서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기 위해 2009년에 도입된 DVB-T2방식으로 UHD실험방송을 하고 있고, 이번에 이를 표준화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미국에서 UHD방송을 위한 ATSC 3.0방식을 만들었는데 이에 대한 표준화 작업은 내년말이 돼야 결정된다. 정부의 입장도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서 국가 표준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지상파는 700㎒ 주파수를 획득하기 위한 통신사의 지상파 죽이기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UHD방송을 하려면 현재 쓰고 있는 주파수 외에 여유 대역 주파수가 필요하다. 700㎒주파수는 지상파가 쓰다가 디지털전환을 하면서 유휴대역이 생겨 국가에 반납한 것이다. 이미 700㎒ 대역의 108㎒ 폭 중 40㎒ 폭을 통신용 할당하기로 결정됐고, 남은 68㎒폭과 관련해 통신사와 경쟁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이번에 DVB-T2를 표준 등록하고, 나중에 ATSC 3.0이 활성화되면 그때 또 표준화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가 표준이 아닌 민간 표준인 만큼 여러개 표준을 등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기술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통신사가 700㎒주파수 확보를 위한 의도가 반영됐다고 지상파는 말하고 있다.

-700MHz 주파수에 대한 대립이라면 앞으로 지상파는 UHD표준을 얻지 못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지상파 주장대로 TTA의 의결권 대부분이 통신사 몫이어서 TTA 표준이 되기 어려워도 디지털전환 때처럼 국가표준이 먼저 정해질 수 있다. 지상파는 국가표준 제정 작업이 더디니 일단 민간표준부터 받으려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TTA의 유효투표수는 TTA 정회원으로 가입한 사업자나 단체가 내는 분단금에 따라 정해지는데 KT 100개, SK텔레콤 77개, LG유플러스 30개로 총 의결권 507표의 절반에 가까운 207개가 통신사의 몫이다. 유효투표수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안건을 의결할 수 있는데 통신3사가 반대하면 사실상 민간표준은 의결이 불가능하다.

지상파가 주장하는대로 통신사의 의도적인 반대가 맞다면 현행 구조로서는 앞으로도 지상파가 표준 획득하는 건 쉽지 않다. 아니면 지상파가 분담금(1표당 260만원)을 더 내 유효투표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긴 하나, 평소 통신부문에 비해 표준 획득이 적은 지상파로서 굳이 그럴 가능성은 적다.

-지상파는 민간표준 제정이 1년이나 늦춰졌다고 주장한다.

△대면 총회는 1년에 두번 열린다. 하반기에는 12월17일에 열린다. 지상파는 안건이 부결된 만큼 다시 처음부터 의견수렴, 기술위, 운영위까지 거치려면 연말까지 시간이 빠뜻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1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래서 지상파는 1년간 잠정적으로 표준을 이용할 수 있는 잠정 표준안도 제시했지만 이 마저도 부결됐다. 잠정 표준을 얻게 되면 1년 후 임시적으로 사용후에 최종 결정할 수 있다. 반면 TTA측은 빠르게 진행한다면 하반기에도 충분히 안건으로 다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지상파 UHD 민간 표준안 부결로 지상파가 UHD도입하는데 빨간불이 켜졌다고 볼 수 있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앞서 말했듯 지상파 UHD상용화를 위해선 국가 표준이 가장 중요하다. 디지털전환시에는 국가 표준이 먼저 정해졌다. 지상파 방송사가 미래창조과학부에 계속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전날 지상파 3사는 저녁 메인 뉴스를 통해 <‘UHD 방송 발목 잡는 ‘통피아’>(SBS(034120)> <통신업체 이익 위해?..‘UHD 방송지연’>(KBS), <통신사 반대로 지상파 UHD방송표준안 부결>(MBC)라는 리포트를 통신사 해명 없이 일방적으로 방송 했다.

또 지상파방송사는 LG전자(066570)와 협의해 임시로 지상파 실험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DVB-T2 방식의 송신기(동글기)를 무료로 배포했고, 삼성전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으로 2014년형 UHDTV는 UHD지상파 실험방송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아직 UHD방송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TV내 수신기를 내장할 수 없어 만든 고육지책이다. 제조업체는 프로모션 활용측면에서, 지상파는 UHD 저변을 넓히는 차원에서 서로 협력이 가능했다. 물론 나중에 전송방식이 바뀐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식으로 저변을 넓히면서 사실상 DVB-T2방식으로 빨리 표준규격을 정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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