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환불 그만!”…뿔난 사업자들, 테무 달려갔다

中 테무 사무실에 공급업체 관계자들 항의 시위
과도한 환불·벌금 정책 반발 “수익 남는게 없다”
SCMP “과도한 가격 경쟁 지양하는 흐름 나타나”
  • 등록 2024-07-31 오후 5:03:45

    수정 2024-07-31 오후 7:06:05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핀둬둬(테무)에 상품을 공급하는 소매상들이 본사를 찾아가 대규모 항의 시위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핀둬둬가 과도한 환불·벌금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게 시위자들의 입장이다.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는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플랫폼의 환불 정책이 공급업자들의 반발에 직면한 상황이다. 일부 플랫폼은 정책 변경에 이미 나서기도 했다.

(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9일 오후 핀둬둬를 운영하는 PDD홀딩스의 광저우 회사 앞에 공급업체 관계자들이 불합리한 플랫폼 정책에 대한 시위를 벌였다고 31일 보도했다.

회사 앞에는 80여명의 공급업체 관계자들이 모였으며 공안이 도착해 해산됐다.

미국에서 운영 중인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 화면. (사진=AFP)
PDD홀딩스는 이날 시위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30일 성명을 통해 “최근 상인 그룹이 테무 물류 계열사 사무실 앞에 모였다”며 “그들은 제품의 품질·규정 준수와 관련된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에 불만을 품고 수백만위안 상당의 금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들은 고객 유인을 위한 저가 경쟁 및 적극적인 환불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환불 정책의 부담이 플랫폼에 상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SCMP는 테무가 해외에서 판매 범위를 확대하고 있지만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거나 환불을 요청하면 공급업체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과도한 조건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한 테무 공급업체 관계자는 SCMP에 “지난해 플랫폼에서 4000만위안(약 7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고객 환불과 불만으로 인해 300만위안(약 5억7000만원)의 벌금을 공제해 거의 모든 수익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내부에서는 경기 침체로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실적도 신통찮다. 매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데 환불 등으로 비용만 늘어나니 공급업체들의 불만이 쌓이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의 택배 차량이 운행 중이다. (사진=AFP)


SCMP는 알리바바그룹홀딩스와 틱톡 소유주인 바이트댄스의 예를 들면서 가맹점에 유리한 형태로 정책을 변경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티몰은 최근 9월 1일부터 가맹점과 판매자들에게 연간 소프트웨어 서비스 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면제금액은 3만위안(약 571만원)에서 6만위안(약 1142만원)에 달한다.

타오바오는 좋은 실적을 가진 판매자에게는 고객 환불 요청을 처리할 때 자율성을 부여하는 쪽으로 정책을 수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수 판매자의 경우 ‘무조건 환불’ 같은 정책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바이트댄스는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에서 제품을 소개할 때 최저가를 우선으로 나타내는 방법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SCMP는 “잔혹한 가격 전쟁에서 벗어난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핀둬둬와 같은 앱의 공격적인 전략으로 인해 가열된 중국의 전자 상거래 경쟁에 변화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알리바바와 핀둬둬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향방은 아직 알 수 없다. 아직 업계에서 경쟁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저샹증권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저가 경쟁 지양) 움직임은 중국의 전반적인 전자 상거래 경쟁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핀둬둬가 낮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증명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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