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SK그룹 컨트롤타워 SK㈜가 올해 경영계획 및 KPI(핵심성과지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SK㈜ 이사회가 한 해 경영계획을 수정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정학적 위기와 금리 변동 등 대격변의 시기를 맞아 한 해 사업계획을 촘촘히 마련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18일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SK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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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업계에 따르면 SK㈜ 이사회는 지난 4일 개최한 4차 회의에서 ‘2024년 SK㈜ 경영 계획 및 KPI’ 안건을 부결시켰다. 총 9명의 이사 중 안건을 상정한 이성형 최고재무책임자(CFO) 홀로 찬성표를 던지고 최 회장을 비롯한 나머지 8명은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SK㈜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결’이 아니라 ‘보완후 상정’이 결론”이라며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관련해 이사들의 다양한 의견 개진과 논의가 있었고 이를 반영해 경영계획을 보완 후 다시 올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이사회가 월 1회 개최되는 것을 고려하면 SK㈜ 이사회는 내달 수정된 경영계획을 다시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SK㈜의 이같은 유연한 경영판단은 ‘이사회 중심 책임 경영’이 잘 자리 잡은 덕분이다. 국내 대기업집단 중에서도 ESG 경영에 앞장서는 SK그룹은 지배구조를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혁신하기 위해 독립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추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외이사들이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이처럼 부결이 나오는 것은 오히려 건강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SK㈜ 이사회가 올해 경영계획 및 KPI를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데스(sudden death·돌연사)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올 초 신년사를 통해서는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正音)을 낼 수 있다”며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동안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SK그룹은 최근 들어 투자 규모를 줄이고 비핵심자산을 정리하는 쪽으로 사업전략을 수정했다. 2022년까지 이어지던 저금리 상황이 끝나고 갑작스러운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탓에 활발했던 투자활동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SK그룹 차원에서는 지난해 말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아 쇄신작업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