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 본격화’…롯데, 신유열 앞세워 세대교체 나섰다

신유열 전무, 미래성장실장·바이오로직스 전략실장으로
화학군 구원투수에 이훈기·유통군은 투톱체제 유지
식품군 이영구 부회장 승진…롯데온은 박익진 대표
외부ㆍ여성ㆍ젊은 인재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 및 혁신 가속화
  • 등록 2023-12-06 오후 6:29:49

    수정 2023-12-07 오후 2:22:35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롯데그룹이 가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세대교체에 나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37) 롯데케미칼(011170) 상무가 전무 승진과 함께 롯데지주(004990) 미래성장실장으로 전면배치돼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시작한다. 6일 이사회를 통해 임원인사를 발표한 38개 계열사 가운데 60대 대표이사 8명이 물러나고 14개 계열사 대표가 새로 선임됐다.

롯데는 ‘유통 강자’의 입지가 약해진 데 이어 한때 최대 매출을 올렸던 화학군도 좀처럼 턴어라운드를 하지 못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크게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는 사업경쟁력 강화와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외부 전문가도 적극 영입하는 모습이다.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사진=롯데그룹)
롯데도 3세 경영시대..신유열, 그룹 미래 먹거리 책임진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롯데가 3세 신 전무는 롯데지주에 신설하는 미래성장실을 이끈다. 신 전무는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관리하고 제 2의 성장엔진도 발굴한다. 신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한다.

이로써 롯데도 주요 그룹 총수 3·4세들의 경영 참여 흐름에 동참하게 됐다. 현대가 3세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2021년 사장에 오른 지 2년 만인 이달 초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코오롱가 4세인 이규호 부회장도 최근 인사에서 승진했다. GS그룹도 허윤홍 사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되는 등 4세 경영시대를 연 바 있다.

신 전무는 지난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뒤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상무보로 합류했고, 롯데케미칼 상무와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에 오르며 본격적인 3세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올해 들어서는 그룹의 주요 전략 방향을 결정하는 VCM(옛 사장단 회의)에 참요하고 있다. 지난 3월 신 회장과 함께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과 회동하는가 하면 지난 9월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관식에도 동참했다.

롯데그룹은 “신 전무는 LSI 대표이사와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 등 투자계열사 대표직을 역임하며 재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였다”며 “롯데케미칼 도쿄지사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데 기여했다”고 인사배경을 설명했다.

변화 시급한 화학군…구원투수에 이훈기 사장

롯데그룹 화학군은 지난 5년간 총괄대표를 맡았던 김교현 부회장이 용퇴하고 이훈기 롯데지주 ESG 경영혁신실장(사장)이 구원투수로 나선다. 이 사장은 전략·기획·신사업 전문가로, 지난 1990년 그룹 기획조정실로 입사에 2010년 롯데케미칼 기획부문장, 2019년 롯데렌탈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지난해 롯데그룹 전체 매출액의 34%를 차지했던 화학군은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국제유가 및 원료가격 하락 등으로 수익이 급감했다. 화학군 중심인 롯데케미칼이 올 3분기 6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중국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 필요성이 대두됐다.

롯데는 이 사장이 기존사업 역량 제고 및 사업 포트폴리오 완성을 통해 화학 계열사의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최적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유통군은 김상현 롯데 유통군 HQ 총괄대표 부회장이 유임되고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부사장)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쇼핑의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 속에 신 회장이 직접 발탁한 이들에게 다시 한번 유통군의 미래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

식품군 총괄대표인 이영구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합병, 해외사업 확대 등을 진두지휘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실적이 부진했던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롯데온)는 나영호 대표가 물러나고 박익진 대표(부사장)가 새로 선임됐다. 박 부사장은 맥킨지앤컴퍼니와 ING생명,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등 글로벌 기업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롯데는 “박 대표가 커머스 플랫폼 기업 관리 및 마케팅, 상품, 신사업 등 다방면의 컨설팅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롯데 이커머스 사업의 실적반등과 오카도(OCADO) 시스템과의 시너지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유임됐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최경호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김홍철 전무가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젊어진 롯데…외부 영입 늘리고 여성임원도 확대

이외에도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 고수찬 부사장과 재무혁신실장 고정욱 부사장, 롯데백화점 정준호 부사장 등 3명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는 최근 3년 내 사장 승진 중 최대규모로, 사장직급 평균 연령은 전년대비 5세 젊어졌다.

롯데는 박익진 대표 외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했다. 롯데물산 대표이사에 장재훈 존스랑라살(JLL) 코리아 대표를 선임했고, 롯데AMC 대표이사에 김소연 HL리츠운용 대표를 내정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도 외부에서 물류 전문가를 영입,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앞서 롯데는 지난 9월 신민욱 롯데GFR 대표이사(전무)와 10월 이돈태 롯데지주 디자인전략센터장(사장)을 영입했으며 이로써 총 6명의 대표이사급 임원을 외부 전문가로 영입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김소연 롯데AMC 대표를 필두로 여성 리더십을 강화한 점도 눈에 띈다. 롯데의 여성 대표이사는 김 대표를 포함해 신민욱 롯데GFR 전무와 김혜주 롯데멤버스 전무 등 총 3명으로, 지난 2018년 첫 여성 CEO 발탁 이후 최대 규모다. 전무 이상 고위임원 중 여성 비중은 올해 9.8%로 작년보다 2.4%포인트 늘었고, 전체 여성 임원은 올해 54명으로 지난해보다 7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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