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지난해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회의(총경회의)’를 주도했다가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류삼영(58) 총경이 올 상반기 총경급 정기인사를 두고 “보복 인사이자 경찰 길들이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경찰국 설치에 반발하는 전국총경회의를 주도해 징계를 받은 류삼영 총경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경찰기념공원에서 경찰 총경급 정기 전보인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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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총경은 6일 오후 서울 중구 경찰기념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은)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한 50여명 전원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했다”면서 “이는 ‘정권에 맞서고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 모습으로 치욕을 당할 것’이란 메시지를 주는 경찰 길들이기 인사”라고 규정했다.
그는 “경찰서장을 역임하고 총경 보직을 거친 사람들을 한 계급 낮은 경정급 총경 승진 후보자 아래 두는 모욕적인 인사는 경찰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찰청이 서장회의 참석자들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부당함을 제기한 사람들에게 보복 인사를 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에게 보은 인사를 하며 경찰 조직을 흔들어 버리고 국민의 안전을 해친 것”이라고 성토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2일 총경급 457명에 대한 정기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서장회의에 참석한 50여명 총경들 가운데 47명이 경찰인재원 등 교육기관 계장과 각 시·도경찰청 112상황팀장 등 주로 경정급이 맡던 자리로 전보됐다. 이른바 ‘좌천성’ 인사로 소위 말하는 ‘한직’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류 총경은 “이번 총경 인사를 경찰청장이 자기 소신대로 했다면 인사권을 남용한 것이고, 만일 소문대로 다른 외풍이 불고 상부의 압력이 있었다면 권력 남용”이라며 “이게 과거 정권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블랙리스트’와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인사는 결국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 왜 이런 인사가 났는지 공익 제보 등을 바탕으로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는 국회를 향해서도 “이번 인사가 과연 법대로 경찰청장이 권한을 행사했는지, 절차상 하자가 없는지, 다른 외풍이 있었는지를 국정조사 등 여러 방법으로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이 출입기자단 정례 간담회를 통해 보복성 인사 의혹을 일축한 데 대해서도 “지나가는 소가 웃을 말”이라며 “어떻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나”고 날을 세웠다. 류 총경은 “징계가 두려웠다면 서장회의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번 기자회견도 각오하고 나왔다”면서 “앞으로도 보복성 인사가 계속될 것으로 보지만, 제가 받는 불이익보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잘못된 점을 밝힘으로써 경찰 조직이 발전하고 국민들이 안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