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에밀리 따라 파리 가면 쪽박'…오피스 시장 빨간불

해외 주요 도시 부동산 시장 적신호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늘어 타격
자산가치 이미 '뚝'…큰손들 쓴웃음
내년 대체투자 자산 성과 하락 예상
자산 만기 연장해도 리스크 관리必
  • 등록 2022-12-29 오후 6:40:19

    수정 2022-12-29 오후 7:30:52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지금 해외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문화가 굳어져 공실률도 엄청나게 높다. 부동산 시장이 다 죽어서 올해보다 내년 수익률이 더 걱정이다.”

낭만적인 파리 풍경과 설레는 오피스 로맨스로 흥행몰이를 했던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미국 시카고 한 마케팅 회사에 다니던 주인공 에밀리가 파리로 장기 출장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없는 드라마 속 파리는 어디까지나 상상에 불과하다. 워커홀릭 주인공을 비롯해 대부분 등장인물이 회사로 출근해 일에 매진하지만, 현실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하면서 주요 도시 건물들이 텅텅 비기 시작했다. 파리도 예외는 아니다. 낭만과 열정 가득한 파리의 모습만 보고 코로나19 이전을 상상하며 투자했다간 낭패를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3’ 속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해외 부동산 위기에 자산 손실 불가피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 대부분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대체투자 자산 중 일부 손실이 날 것을 대비해 전략을 짜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 큰손들은 코로나19 이후 해외 주요 도시에서 재택근무 문화가 정착하면서 대체자산 중에서도 오피스 투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지 3년이 지나면서 유행은 점차 잠잠해지는 듯한 모습이지만, 이미 안정적으로 자리잡힌 재택근무 시스템을 갈아엎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해외 주요 도시 중 미국 뉴욕 맨해튼·워싱턴·보스턴, 프랑스 파리 등을 부동산 투자 손실이 많이 나고 있는 지역으로 꼽았다. 이 외에도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 지역에 투자한 실물자산도 수익률 빨간불이 켜졌다고 토로했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기관투자가가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만큼 해외 주요 도시 중심지에 자금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국의 봉쇄조치, 재택근무, 고용여건 악화 등 영향으로 오피스 시장이 직격탄을 맞아 대부분 기관투자가가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오피스 투자 성과가 좋다고 해외 오피스 투자를 똑같이 진행하면, 부동산 경기가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 수익률이 선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다른 공제회 관계자도 “우리나라와 해외는 상황이 180도 다르다”며 “분당·판교신도시나 강남 테헤란로 등 코어 오피스 중심으로 투자하면 공실률이 매우 낮은데, 외국은 코로나19가 끝나가는데도 재택근무 문화가 굳어져서 빌딩 수요 자체가 줄어들어 상황이 매우 안 좋다”고 설명했다.

“올해보다 내년 대체투자 성과가 고비”

통상 기관투자가들은 연말을 앞두고 일찍 ‘북 클로징(회계장부 마감)’에 돌입하면서 내년 투자계획을 마련하고 시장 대응에 나선다. 올해는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는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에너지 가격 급증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연쇄적으로 터졌다.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에 큰손들도 내년 시장을 쉽사리 가늠하진 못했지만,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 시장 충격이 이제 대체투자 시장으로 옮겨갈 때라고 귀띔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고 있는 시기에 실물자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요즘 엑시트(자금회수)도 잘 안 되고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도 어려워서 그런 경우는 자금을 더 넣어서 만기를 연장해야겠지만 그런 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금 해외 주요 도시 오피스 가격이 30%가량 빠졌고, 문제 되는 건물들엔 임차도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마이너스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연말에 한 번 하는 대체투자 자산 공정가치평가도 연말결산 때문에 북 클로징처럼 일찍 진행하면서 올해 4분기 감정가는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다수 기관투자가는 올해보다 내년 수익률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투자 가이드라인 준수 및 자산 리스크 관리를 당부했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9~10월에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올해 해외 투자 자산 성과는 예상보다 좋다”며 “그러나 내년에 경기가 워낙 불확실해 오피스뿐만 아니라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자산 손실이 많이 나기 시작할 텐데, 리스크 관리를 제때 철저히 하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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