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농어업계의 강한 반발에도 일본, 호주 등 11개국 다자 자유무역협상(FTA)인 포괄·점진적 환태평양 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키로 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통상 환경 대응을 더는 늦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다만 협상개시와 타결, 발효까진 수년이 걸리는 만큼 농어업계와 계속 소통하며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 여한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달 5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화상으로 열린 제5차 한-호주 FTA 장관급 공동위원회 회의에서 댄 테한(Dan Tehan) 호주 통상관광투자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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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TPP는 일본, 호주, 베트남, 캐나다 등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2018년 결성한 다자간 무역협상이다. 2017년 미국이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에서 탈퇴하자 나머지 국가가 주도로 CPTPP를 결성했다. 우리 역시 2018년부터 이곳 가입에 관심을 보여왔으며 지난해 9월부터 전문가·산업계 간담회를 연이어 열고 본격적으로 공론화에 착수한 상태다.
정부가 15일 제228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 추진계획’을 서면 의결하고 이를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농어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그 필요성을 역설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시장의 안정 확보와 지역 내 공급망 강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영국과 중국, 대만, 에콰도르가 차례로 가입을 정식 신청하는 등 급변하는 정세에 제때 대응하기 위해선 가입신청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필요성도 역설했다.
가입을 신청하더라도 기존 회원국이 가입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하고 협상하고 국내 국회 내 비준 동의 과정을 거치면 실제 발효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CPTPP 가입은 (미국을 포함했던) TPP 시절부터 8년 이상 검토해 온 과제”라며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한 걸음 나아갔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농수산식품 추가 개방도 필요할 순 있지만 기존 가입국 중 주요 농산물 수출국인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는 이미 양자 FTA를 맺어 85% 수준의 개방이 이뤄진 만큼 협상을 통해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열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저지를 위한 농어민 총궐기대회의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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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계가 크게 우려하는 중국의 CPTPP 가입에 대해서도 아직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가입이 가시화하는 시점에서 추가 분석해 대응방안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어업계가 우려하는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허용을 비롯한 안전 문제 CPTPP와 직접 연관이 없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중심에 놓고 대응해나가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의결 결과발표 때도 농어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하는 기획재정부는 짧은 결과 내용과 함께 “협상이 추진될 경우 농축산물·중소제조업 등 분야 민감성을 협상에 최대한 반영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침해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산업부는 농어업계의 주요 문제제기에 하나씩 설명을 붙여가며 추진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여한구 본부장은 “농수산업계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와 계속 소통하며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