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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처음 지점장에게 부탁받았을 때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에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거절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첫 발령지의 지점장이 부탁하는 것을 차마 거절하기 힘들어 결국 대신 써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직장 상사들이 자신의 자녀나 친척의 취업을 돕는데 신입사원을 활용하는 신종 갑질이 유행하고 있다. 일부 직장 상사들은 신입사원이 취업 준비를 하면서 작성했던 자기소개서를 공유해달라거나 심지어 대필 요구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부탁을 받은 신입사원들은 거절하고 싶지만 혹시라도 회사생활이 어려워질까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
직장 내 10명 중 2명 ‘과대한 요구’로 괴롭힘 당해
올해 시중은행에 입사해 지방 지점에 발령받은 박모(30)씨도 “지점장이 요즘같이 취업하기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게 좋지 않겠냐고 부탁해 자기소개서뿐 아니라 따로 자리를 마련해 입사준비 방법까지 지점장 자녀에게 알려줬다”며 “알려주면서도 불편한 마음이 있었지만 지점장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보완한 사내 규정 마련해야”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는 익명 보장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신입사원인 정모(27)씨는 “아무리 정당하다고 해도 신입사원이 신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신고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고 토로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강요란 직장 내 갑질의 한 행태로 업무 지위상 우위를 이용해 본업과 상관없는 부당하고 과대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며 “가족들 취업에 신입사원을 동원하는 것은 아무리 부탁의 형식이라 하더라도 전형적인 강요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는 익명 보장에 관한 내용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있다”며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익명을 보장한다는 자체 사내 규정 등을 신설해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