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행부 "처로 격하될라"..해수부 "다시 해체될라"

안행부·해수부 기능·역할 대폭 축소..공무원들 술렁
  • 등록 2014-05-19 오후 5:43:50

    수정 2014-05-19 오후 5:43:50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유선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19일 대국민 담화에 따라 기능과 역할이 대폭 축소된 해양수산부와 안전행정부는 충격에 휩싸여 있다. 해당 부처 관료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대통령의 극약 처방에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재난관리 컨트럴타워 역할에 실패한 안행부는 공중분해 수순을 밟게 됐다며, 술렁이고 있다. 안행부는 이날 박 대통령의 해체 선언으로 핵심 기능인 안전기능이 국가안전처로 넘어가고, 정부조직업무와 공무원 인사 기능이 총리실 행정혁신처로 이전된다. 전자정부 기능도 함께 옮겨간다.

이에 따라 안행부의 6개 실 가운데 기획조정실, 지방행정실, 지방재정세제실 등 3곳만 남게 된다. 업무 이관과 함께 상당수 산하기관도 함께 옮겨갈 것으로 여겨진다. 안행부는 중앙공무원교육원, 지방행정연수원, 국가기록원, 정부청사관리소, 정부통합전산센터, 이북5도위원회, 소청심사위원회, 승강기사고조사판정위원회사무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경찰위원회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산하기관을 포함한 총 인원은 3255명에서 441명으로 8분의 1수준으로 감축된다. 안행부의 역할과 인원이 대폭 축소됨에 따라 처로 격하될 가능성도 있다. 담화문이 발표된 직후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대통령 담화의 후속조처 등을 논의했다. 사전 예고 없는 파격 조치에 안행부 직원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안행부 공무원은 “안행부 핵심기능들이 빠지게 되니 부처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행부 고위 공직자는 “안행부 기능이 대폭 축소된다는 보도가 나가고 모든 부서가 침울한 분위기”라며 “수십년간 몸담았던 조직이 해체될 위기에 처하니 상심이 크다”고 털어놨다.

유일한 산하 외청인 해양경찰청이 해체되고, 해양교통 관제센터(VTS) 업무가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로 이관되는 해수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수습 과정에서 혼선 등을 겪으면서 해수부의 기능과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걸 잃게 됐다”며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부처 내에서 가장 당황해 하는 곳은 해사안전국이다. VTS 업무의 국가안전처 이관으로 인해 인력 이동 등 추가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현재 VTS 업무는 해사안전국 내 항해지원과 담당이다. 해경 해체도 예상치 못한 카드였다. 해수부는 자체 징계와 조직 쇄신 수준의 처방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지휘·통제에 애를 먹기는 했지만, 해수부는 유일한 산하 외청의 해체가 못내 아쉽다.

해수부의 업무는 해양산업 육성과 수산업 보호· 진흥 등으로 국한된다. 축소된 부처의 기능에 불안해 하는 공무원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경 해체와 VTS 업무 이관 등으로 해수부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면서 “한번 해체를 겪은 부처이기에 최악의 경우 다시 해체 수순을 밟는 게 아닐 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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