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건군 65주년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다섯번째) 등 무기들이 시민들의 환호 속에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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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선 유선준 기자] 하늘에서는 오색 꽃가루가 흩날렸다. 군악대의 웅장한 행진곡에 맞춰 검게 그을린 수천 명의 국군 장병은 늠름하게 도로 한복판을 행진했다. 궤도바퀴를 굴리는 K-9 자주포와 전차·장갑차의 굉음이 도시를 가득 메웠다. 수십 가지의 군용장비들이 메운 아스팔트 거리는 거대한 무기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어린아이, 어르신을 비롯한 수만 명의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국군 장병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1일 오후 4시께부터 50분동안 서울광장에는 성남 서울공항에서 기념식을 마치고 올라온 국군 장병과 최첨단 무기가 시가행진을 벌였다. 시가행진 때문에 이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서울 남대문~서울시청~광화문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차량통행이 통제됐다.
국방부는 10년 만에 최대 규모로 이번 국군의 날 행사를 준비했다. 이날 오전 기념식을 마친 지 4시간 뒤 서울시청 앞 시가행진에 참여한 장병과 장비는 오전 기념식보다는 축소된 규모였다. 37가지 첨단 장비 105대가 행진했으며, 첨단 무기의 뒤로는 육해공 각군 병력과 사관생도 등 4900여 명이 따랐다.
특히 이날은 북한의 핵심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인 ‘현무-2(사거리 300km)’와 장거리 순항미사일 ‘현무-3(사거리 1500km)’가 시민들에게 최초로 공개됐다. 북한의 해안포 부대를 타격할 수 있는 ‘스파이크 미사일(사거리 20km)’, 주야간 무인 감시와 지뢰탐지가 가능한 ‘견마로봇’도 이날 첫선을 보였다.
| 군악대와 기수대가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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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잠시 운행을 멈추고 시가행진을 보러 온 택시기사 이종근(57)씨는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그는 군악병으로 복무했던 1978~1979년 시가행진에 참여했다. 이씨는 “당시 클라리넷 특기가 있어서 6개월 동안 연습을 했다”며 “10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해서 나와 보니 국방이 많이 튼튼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십년 전에 비해 우리나라 국가방위는 더욱 견고해졌다. 1970년 국방예산은 1005억원이었다. 올해 국방예산은 34조 5000억원 수준이다. 40여년 만에 예산은 340배 이상 늘어났다. 미국의 군사전문사이트 ‘글로벌파이어파워(GFP)’는 우리나라의 군사력을 세계 8위로 꼽았다.
김상영(17·서울 상계동)·지유(16) 남매는 난생 처음 국군의 시가행진을 지켜봤다. 김군은 “최근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군과 친숙한 느낌을 받았는데 직접 나와서 보니 든든함을 느낀다”며 “자랑스럽게 입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하태권(85)씨는 “이번 군행사를 통해 ‘아직도 한국군이 건재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한국전쟁 같은 비극적인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선 군이 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