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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에너지 리서치업체 리스태드를 인용해 중국 기업들이 지난 2년 동안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45억달러(약 6조원)를 투자해 약 20개의 리튬 광산 지분을 취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자체 리튬 매장량은 전 세계 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얀 석유’로도 불리는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원가에서 40%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최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적으로 리튬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호주·캐나다 등도 최근 국가안보를 이유로 리튬에 대한 중국의 신규 투자를 제한했다. 이에 중국 내부에선 서방 국가들과의 긴장 고조로 전기차 산업에서 공급망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WSJ은 중국의 리튬 광산 투자에 대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성격이 짙은 매우 위험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투자한 광산들을 토대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성공하면 2025년 전 세계 리튬 공급의 3분의 1을 장악할 수 있겠지만, 투자 대상 국가들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진단이다. 예를 들어 말리와 나이지리아는 테러에 따른 안보 위협에 노출돼 있다.
또 짐바브웨·멕시코·칠레는 국가가 광물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짐바브웨는 국내에서만 리튬을 제련토록 했고, 멕시코는 올해 2월 리튬 광산을 국유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칠레는 자국 국영기업과 합작으로만 민간기업에 리튬 채굴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볼리비아·아르헨티나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같은 카르텔 성격의 국제기구 설립도 논의하고 있다.
다만 리튬 수요는 2030년까지 현재의 5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컨설팅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는 2030년 수요가 공급을 약 30만톤 초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중국이 리튬의 제련 및 가공 측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WSJ은 “개도국들은 제련·가공 기술을 갖춘 중국 회사들과 협력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히 낮은 비용으로 채굴해 비싸게 파는 것보다, 안정적 공급처와 꾸준한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