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전 국면에 진입"…서방, 가스관 폭발 배후로 러 지목

라트비아 외무장관 "하이브리드전쟁 새로운 국면 시작”
노르트스트림1·2 폭발사고, 러시아 소행이란 분석 제기
스웨덴, 추가 가스 누출 발견…총 4곳서 가스관 유출
  • 등록 2022-09-29 오후 3:56:03

    수정 2022-09-29 오후 3:56:03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가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 국면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발트해를 지나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유출 사고가 러시아의 의도적인 파괴 행위(사보타지)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27일(현지시간)까지 발견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누출사고 지점. 스웨덴은 29일 가스 유출 지점이 추가로 한 곳 더 발견됐다고 밝혔다.


28일(이하 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에드가스 링케박스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노르트스림 가스관 유출 사고에 대해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하이브리드 전쟁이란 군사적 수단을 이용한 재래전은 물론, 가짜뉴스·사이버 공격·정치공작 등의 비군사적 수단을 총 동원해 전쟁 상대국의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는 수법이다.

노르트스트림 운영사인 노르트스트림 AG는 전날(27일) “노르트스트림의 3개 해저관에서 연이어 피해가 발생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같은날 노르트스트림1에서 두 차례, 지난 26일 노르트스트림2에서 한 차례 누출이 발생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어 스웨덴 당국은 29일 현지 언론에 추가 가스 누출 지점이 발견됐다고 밝혀, 현재까지 총 4곳에서 가스관이 훼손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추가 유출건은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해저의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에서는 이번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유출 사고가 폭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 AFP)


노르트스트림에서 발생한 이번 가스 유출은 인근 지역에서 감지된 폭발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웨덴 웁살라대의 지진 학자들은 26~27일 인근 지역에서 두 차례의 폭발이 감지됐으며, 100kg 이상의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한 것과 유사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덴마크 지질조사국은 “이는 지진 신호와는 다르며, 폭발로 인한 신호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가스누출이 발생한 지점 간 거리가 멀고, 가스관의 기압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랐다는 점도 고의적인 가스관 폭파가 있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이에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가 고의적으로 가스관을 파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러시아의 가스를 유럽으로 나르는 주요 통로인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파괴는 일종의 경고이자 협박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에 폭발이 일어난 해역(EEZ)의 당사국인 덴마크와 스웨덴은 물론 독일과 노르웨이 등은 공식적으로도 이번 가스관 유출에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 방송 CNN은 이날 서방 진영의 정보 담당 관리 등을 인용해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난 26∼27일 러시아 해군 함선들이 인근 해역에서 목격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소식통들은 이전에도 러시아 함선이 근방에서 자주 관찰됐다며, 이 함선들이 가스관 폭발과 관련성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시켰다는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며, 이 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러시아 역시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로를 잃게 됐다며, 오히려 가스관 훼손으로 미국 에너지 기업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덴마크와 스웨덴이 가스관 누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현장 접근이 어려워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해서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덴마크 국방부 장관은 28일 1∼2주가 지나야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여다 볼 수 잇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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