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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서해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족은 오는 22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종호 전 민정수석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족 측은 당시 청와대가 해경의 수사를 방해하고,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해경과 국방부가 이씨의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자 감사에 착수한 바 있다.
한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족 측이 전 정부 인사 고발을 예고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 관심이 많은 사안”이라며 “검찰에 고발되면 직접수사 등 어떻게 할지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권한 및 중립성 문제로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지 않더라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 상설특별검사제도를 발동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특검법상 법무부 장관은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 상설특검을 출범시킬 수 있다.
수사가 개시되면 관건은 대통령기록물 열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씨 사망 관련해 당시 청와대가 보고받은 내용과 해경·국방부에 내린 지침 등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대통령기록물로 묶인 국가안보실 자료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나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하는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만 열람할 수 있다.
유족 측 주장대로 서훈 전 실장과 김종호 전 민정수석이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 수사의 칼끝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당시 군은 감청으로 해당 공무원이 북한군에 붙잡힌 사실을 살해 6시간 전에 알았고 공무원은 문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된 뒤 3시간 생존했다. 살해 4시간 뒤 문 대통령은 유엔 녹화 연설에서 종전 선언을 제안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사안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는 “국가안보실장과 민정수석 등이 문 대통령 모르게 자신들 선에서 이런 사안을 단독 처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면 사건 당시 청와대 상황을 더욱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