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상속계좌 미신고’ 한진家 형제, 각 벌금 20억원 선고

法 "수년간 신고의무 인식했음에도 회피해"
앞서 두 형제 "다툴 일도 아닌데 다퉈, 반성 중"
조정호 메리츠 회장, 임원직 유지 가능
  • 등록 2019-06-26 오후 2:39:54

    수정 2019-06-26 오후 2:41:49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함께 해외 상속계좌를 미신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첫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해외 상속계좌를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남호(68)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60)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등 한진가 두 형제가 1심에서 각각 벌금 20억 원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판사 김유정)은 26일 내 국세 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각 벌금 20억 원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선친이 사망한 이후 5년간 해외계좌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라며 “피고인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수년간 신고의무를 회피해 죄질이 가볍지 않고 보유계좌 잔액 규모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2012년도 미신고 행위에 대해 이미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관련 세금을 납부하거나 납부할 예정”이라며 “조남호가 20년 전 벌금형 1회를 선고받은 것 외 다른 전력이 없고 조정호도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걸 참작한다”고 덧붙였다.

두 형제는 고(故) 조중훈 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약 450억원의 자산을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들에게 각각 벌금 20억원을 구형했다.

두 형제의 변호인은 앞서 결심공판에서 “조남호 회장은 경기 불황으로 한진중공업 경영권을 잃었고 한진중공업홀딩스가 가진 중공업 주식도 모두 소각됐다”며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 금융지주의 사내이사로서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조 회장이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임원직을 상실하고 사실상 경영권도 박탈될 수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으면 금융회사의 임원직을 수행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조정호 회장은 임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고(故) 조양호 회장과 함께 조남호·조정호 형제에 대해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해외 은행 계좌를 신고하지 않았다며 각각 20억원의 벌금을 약식명령 청구했다. 조양호 회장이 사망하면서 조양호 회장의 혐의에 대해선 공소기각이 내려졌으나 남은 조씨 형제 측이 20억원의 벌금이 과도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이 끝난 후 두 형제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원을 급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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