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회용 국감 이제 그만

  • 등록 2013-10-31 오후 5:38:53

    수정 2013-10-31 오후 5:38:53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매년 국감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들이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 미준수는 국회 복지위·교문위·환노위·산자위 등 여러 상임위에서 해마다 어김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죄송하다. 채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기관장이나 주무부처 수장의 답변을 받아내면 그걸로 그해 ‘장사’는 끝이다.

서울대 국감에서는 외국어고등학교나 자율형 사립고 등 특수목적고 출신 신입생 비율이 과도하고 높다는 지적이 해마다 나온다. 서울대 진학을 위해 초등학교, 심지어 유치원 때부터 준비해온 아이들이 자사고로, 외고로 모이는 현실에선 불가피한 결과다. 현행 대입제도를 근본부터 손보지 않는 이상 서울대가 인위적으로 합격 비율을 조정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내년에도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피감기관장에 불호령을 내리는, 그래서 불성실한 건 지, 끈기 있는 건 지 모를 ‘국회의원님’들이 또 등장할 것이다.

엄청난 인력과 비용이 투입돼 진행되는 국감이 이처럼 ‘일회용’으로 전락한 것은 한탕주의에 매몰된 의원들의 ‘연예인병’과 당장 눈앞의 불 끄기에 급급한 피감기관 책임자의 무책임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국감은 의원들에겐 일년에 한번 있는 대목 장사다. 한 건만 잘 터트리면 몇몇 거물급 정치인들에게 집중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단숨에 끌어모을 수 있다. 정책 국감을 강조하지만 의원들 입장에선 국감 스타로 떠올라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린 동료들을 보면 ‘한 건’에 대한 욕심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일례로 국방위 국감에선 야당 의원들이 사이버군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 건 폭로를 두고 ‘사이버군사령부 국감 때 터트리자’고 합의했으나 모 의원이 언론의 주목을 받을 욕심에 하루 먼저 이를 공개하는 바람에 동료의원들로부터 눈총을 받았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299명이나 되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감 때 장관이나 단체 수장이 “잘못했다.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사항은 각 상임위에서 제대로 이행됐는 지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피감기관 또한 조치 가능한 사항과 불가능한 부분을 명확히 한 뒤 이행 계획을 마련, 국감이 끝나도 잊지 말고 시행하는 성의를 보여줬으면 한다. 그게 국감 시즌이면 똑같은 지적사항을 날짜와 수치만 바꿔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들의 일손을 덜어 주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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