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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긴급생계비대출 금리를 더 낮추면 서민금융 금리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긴급생계비대출 대상은 신용도로 치면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있는 이들이다. 저축은행에서 햇살론(연소득 3500만원 이하, 또는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평점이 하위 20% 이하)을 받을 수 있는 이들보다 신용도가 더 나빠 제도권 금융 이용이 사실상 어려운 경우다.
현재 긴급생계비대출 금리와 햇살론 금리는 연 15.9%로 같다. 만약 긴급생계비대출 금리를 낮추면 신용도가 더 나쁜 이들(긴급생계비대출 대상)이 더 좋은 이들(햇살론15 대상)보다 낮은 금리를 받는 ‘이상한’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저축은행 이용 차주가 은행 차주보다 더 돈을 싸게(금리를 낮게) 빌리는 것 같은 얼토당토않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국회는 긴급생계비대출에 대한 예산을 한푼도 배분하지 않았다.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지금 정부 예산이 아닌, 정책금융기관(500억원)과 은행권(500억원)의 기부금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다. 국회가 금리 인하에만 집착해 정작 필요한 일을 하지 않은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최고금리 인상은 절대악(惡)이 아니다. 거꾸로 최고금리가 빠르게 인하된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 최고금리 인하라는 선(善)해 보이는 정책도 불법 사금융 팽창이라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말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낮은 최고금리에 갇혀있는 대부업체 1위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 등 상위 대부업체 10여곳이 신규대출을 접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2021년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낮아진 후 최대 3만8000명의 대부업 이용자가 불법 사금융에 내몰렸다고 분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이 낮은 어려운 사람에게 부도위험(돈 떼일 확률)이 더 높아 더 높은 금리를 매기고 신용이 높은 사람에게 낮은 금리를 주는 게 시장원리”라며 “금융과 복지를 구별하지 못하고 낮은 금리만 주장하면 ‘금융 퍼주기’로 지속가능한 금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