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인근에서 장사를 하던 중 점심시간을 활용해 녹사평역 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은 이모(65)씨는 “과거 이태원에서 클럽을 운영했었는데 그 골목은 언제나 사람이 많아 통제가 필요한 곳이었다”며 “예전엔 대가족이라 자식이 많았지만 지금은 한두 명이라 세상 전부였을 텐데 유족들이 너무 안타깝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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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녹사평역 광장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객을 받기 시작했다. 흰 천막이 걷히며 합동분향소의 모습이 드러나자 수백 송이의 국화 사이로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고 적힌 팻말이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보낸 화환도 한편에 자리 잡았다.
지인과 합동분향소를 찾은 신모(56)씨는 “요즘 매주 집회를 나가는데 집회 현장에선 통제를 열심히 하면서 왜 이태원은 10만 명이 모인다고 했는데도 통제가 안 됐는지 의문”이라며 “그래서인지 더 안타깝고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핼러윈 데이를 즐기러 나왔다가 참사를 직접 목격해 실신한 피해자들을 옮기며 고군분투했다던 방모(38)씨는 “금요일에도 갔었는데 토요일엔 정말 말도 못 하게 사람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사고가 나니까 ‘일손이 부족해 도와달라’는 말을 듣고 구급차까지 이송하는 일을 도왔는데 잊을 수가 없어서 추모하러 왔다”고 했다.
지난 29일 서울 용산 이태원에선 코로나19 발생 3년 만에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 데이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참사가 났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사망자 154명, 부상자 149명으로 총 30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녹사평역 광장 합동분향소는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걸어서 8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국가애도기간인 11월 5일까지 24시간 운영된다.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는 이날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매일 오전 8시∼오후 10시 조문객을 받는다. 서울 양천구와 성북구, 서대문구 등 다른 자치구에도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