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진 바 없는 소형 해시계가 국내에 공개됐다. 지난 3월 미국에서 경매로 매입한 ‘일영원구’(日影圓球)다. 고종 27년(1890년) 제작된 유물로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형의 휴대용 해시계다. 동과 철로 만들졌고 높이는 23.8㎝, 구체 지름은 11.2㎝로 소형 지구본 크기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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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영원구의 한쪽 반구에는 ‘대조선 개국 499년 경인년 7월 상순에 새로 제작하였다’는 명문과 함께 ‘상직현인(尙稷鉉印)’이라는 낙관이 새겨져 있다. 이를 통해 1890년 7월 상직현이 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고종실록’과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상직현은 1881년에 수신사 일본 근대 문물을 접한 무관으로, 국왕의 호위와 궁궐·도성의 방어를 담당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일영원구로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림줄로 수평을 맞춘다. 나침반으로 방위를 측정해 북쪽을 향하게 한 후 위도조절장치를 통해 위도를 조정한다. 이후 횡량에 비추는 태양의 그림자가 홈 속으로 들어가게 해 현재의 시간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다림줄은 유실됐으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흔적을 확인했다.
한쪽 반구에는 12지의 명문과 96칸의 세로선으로 시각을 표시했는데, 이는 하루를 12시 96각(15분)으로 표기한 조선 후기 시각법을 따른 것이다. 학계는 일영원구가 국보인 자격루와 혼천시계에서도 보이는 12지 시간 알림 장치를 둔 점에서 조선의 전통 과학기술을 계승했다고 평가했다. 외국과의 교류가 급증한 구한말 상황에 맞게 다른 나라에서도 쓸 수 있도록 고안한 유물이라는 것이다.
일영원구의 국외 반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당초 소장자이던 일본 주둔 미군장교의 사망 이후 유족으로부터 유물을 입수한 개인 소장가가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영원구는 오는 9월 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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