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건전성을 이유로 예대율을 100% 밑으로 맞추기를 권장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줄이거나 예금을 늘려야 하지만, 오히려 대출은 늘고 예금은 줄어드는 추세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까지 하락 압력을 받고 있어 은행들의 예대율 방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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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예대율 평균은 지난 연말 기준 100%를 넘겼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 대출 수요와 부동산·주식시장 투자를 위한 기업·가계대출이 증가한 이유가 크다. 분모 격인 예금은 저금리로 이탈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적정 예대율 기준을 80%로 보고 있다. 기업대출이 많은 국내 은행의 특성상 이를 지키기 어렵다고 하지만 100% 선은 높은 편이라는 평가다.
그나마 금융당국이 올해 6월까지 은행들의 예대율 기준을 105%선까지 허용해주면서 은행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금융 당국도 코로나19 상황을 의식해 구도로만 ‘대출을 줄여라’경고할 뿐 직접 예대율 규제까지 나서고 있지 않다.
문제는 추세다. 대출은 늘어나는데 예금은 줄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예금 상품 대표 격인 정기예금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만 13조6734억원(2.12%) 빠져나갔다.
지난 8일 기준 12개월 만기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의 정기예금 이율은 0.9%다. 세금을 떼고 나면 0.76%에 머문다. 1년 전 이들의 예금 이율은 1.45~1.6%였다. 한 해가 지나는 동안 예금 금리가 반토막이 났다.
반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한 해에만 59조3977억원(5대 시중은행 기준, 9.73%)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로 긴급대출 수요가 늘었고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기 위한 대출 수요가 늘었다. 특히 신용대출은 2020년 한 해에만 23조7374억원(21.6%) 순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예대율 맞추려면 이익을 포기해야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은행 집계 은행대출 금리 가중평균은 2.71%였다. 은행예금 금리 가중평균은 0.9%였다. 대출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1.81%포인트 높다는 얘기다.
이 격차는 2019년 11월 1.56%포인트였다. 1년여 동안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가 벌어졌다는 뜻이다. 단순 계산으로 예금 금리를 0.2%포인트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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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분기 기준 은행권 순이자마진은 전년동기(2019년 3분기) 대비 0.15%포인트 줄어든 1.4%를 보였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20년 순이자마진은 1분기(1~3월) 1.47%, 2분기(4~6월)는 1.42%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금리가 올라가면 그만큼 은행의 이익 폭이 줄어들게 된다는 점에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예대율은 새희망홀씨대출과 같은 정책자금 대출을 제외한 원화 대출금을 원화 예수금으로 나눈 퍼센트를 뜻한다. 원화예수금에는 수시입출금예금이나 MMDA같은 요구불예금, 정기예금과 적금인 저축성예금, 시장성예금이 포함된다.
원화예수금 1%까지는 양도성예금증서(CD)나 커버드본드(CB)로 조달한 자금이 포함될 수 있다. 2020년부터는 가계대출은 줄이고 기업대출은 장려하기 위한 신예대율이 시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