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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WTO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보잉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국제 무역 규정 위반으로 간주한다”며 “이에 따라 EU가 4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WTO은 40억달러에 대해 보조금 지급에 따른 부작용에 부합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EU는 미국산 항공기를 비롯해 트랙터, 고구마, 땅콩, 냉동 오렌지 주스, 담배, 케첩, 태평양 연어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WSJ은 “미국의 75억달러 보복 관세에 EU가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보잉과 에어버스 간 보조금 분쟁은 2004년 이후 16년 간 이어져 왔다. 앞서 WTO는 지난해 10월 EU의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관련, 미국이 유럽산 수입품에 75억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EU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같은해 12월 이를 기각했다. 이후 미국은 유럽산 와인, 치즈, 올리브오일 등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에어버스에 대해서도 지난 3월 관세를 10%에서 15%로 인상했다.
외신들은 WTO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과 EU가 협상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항공 산업 전반이 침체돼 있는 만큼, 분쟁이 되레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WSJ은 “EU 관료들은 미국과의 협상을 희망하고 있다. EU가 서둘러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EU는 WTO 판결 직후 협상을 개시하자고 미국 측에 제안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부집행위원장은 “나는 피해를 주는 조치와 대응 조치를 피하고 미국과 협상을 통한 타결을 강력히 선호한다. 즉시 미국과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이익을 옹호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밝혔다.
기욤 포리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제는 대서양 양쪽에서 관세가 철폐될 수 있도록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며 “공정한 합의로 이어지는 협상 프로세스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 EU가 취하는 모든 조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보잉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이미 폐지됐기 때문에 EU가 관세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다. EU가 관세를 강행하면 미국도 보복을 검토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미국도 협상을 통한 해결책 모색을 선호한다”며 “최근 우리의 제안에 대한 EU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복원하기 위해 EU와의 협상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잉은 성명을 내고 “에어버스와 EU가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것이 실망스럽다”며 “미국과 유럽 고객들에 대한 위협으로 이 문제를 확대하기보다는 오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선의의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