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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모씨는 22개의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부모의 명의를 사용했다. 형 명의로는 10개의 보험에 들었다. 총 보험금만 20억원대다. 김씨는 자신의 부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시게 했고, 이들이 잠들자 연탄불을 피워 숨지게 했다. 형에게는 더 교묘한 수법을 썼다. 수면제를 탄 술을 먹이고는 김씨 자신도 술을 먹었다. 경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형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형의 차 뒷좌석에 범행에 사용한 도구를 옮겨 실었다. 그리고는 현직 경찰이던 외삼촌의 도움으로 증거를 감췄다. 지난 2013년 1월 발생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보험사기 사건이다.
최근 보험사기 사건이 생계형 범죄에서 흉포·조직·지능화 하고 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도 매년 증가추세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기준 생명·손해보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5997억2900만원이다. 이는 전년대비 15.6%(5189억6000만원) 증가한 수준으로 2012년 4533억35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3년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 내년 상반기까지 불합리한 제도 개선
금감원에서는 올초 ‘보험사기 척결 특별대책’을 내놨다. 보험사기 유발요인을 개선하기 위해 보험연구원·보험업계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년 상반기까지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를테면 이른바 ‘나이롱환자’와 같이 허위·과다 입원으로 인한 보험사기를 줄이기 위해 경미한 질병이나 상해에 대해선 세부 입원 인정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금감원은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사항에 한해 즉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3년째 국회 계류···형법에 편입할지, 특별법 제정할지 이견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도, 관련 법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3년 8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특별법은 △보험금을 노린 살인은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등 처벌 강화 △금융위·금감원·보험회사는 보험 사기행위로 의심할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 의뢰 조치 가능 △보험 사기방지 전담 상설기구 설치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보험금을 노린 살인·상해 등 강력범죄의 처벌 강화와 경각심 환기를 통해 보험사기를 근절하자는 것이다.
구기성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보험사기를 별도의 범죄로 구분하고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일부 외국의 입법례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일반 사기죄에 포함돼 있다. 따라서 보험사기죄를 형법에 편입하여 규정할 것인지, 별도의 특별법에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입법 정책적 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별법이 없는 미국·독일·오스트리아·중국 등은 보험사기죄를 형법에 별도 조항으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공공재 성격을 갖고 있는 보험 대상 사기죄는 일반 사기죄보다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이 법안을 두 번째로 논의했던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회의 직후 야당 간사인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기자와 만나 “여야 간 이견 여부를 떠나서 법률적인 문제가 걸려 있는 법안이라 이번 달에는 처리가 어렵다. 9월 국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보험사기를 방지하고 규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현재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 해소방안 등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올해 안에 특별법 제정이 완료되도록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