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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들의 불안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2001년 아프간 전쟁 직후의 미국과 지금의 미국이 눈에 띄게 달라진 탓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차지하고 승리를 선언한 지난 16일 철군을 정당화하며 “20년 전 아프간에서 시작된 미국의 임무는 국가 건설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또 “미국의 국익이 없는 곳에서 싸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는 아프간 전쟁 직후 미국의 태도와는 상반된다. 아프간전을 시작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2002년 4월 “평화는 아프간이 안정된 정부를 수립하도록 도울 때 성취될 것”이라며 “아프간을 악(탈레반)에서 자유롭고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도록 돕겠다”고 했다. 당시 미국은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현재 미국의 모습은 정권이 교체되고 나서도 ‘아메리카 퍼스트’에 가깝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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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대만에선 ‘미국 불신론’이 불거졌다. 대만 야당인 국민당 소속 자오사오캉 대만 중국방송공사 이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만은 아프간 사태에 긴장하고 미국은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적었다. 여당인 민주진보당을 향해서는 “대만 국민들로 하여금 ‘중국이 공격하면 미국이 구하러 올 것’이라는 희망에 빠지게 만들었다”며 “대만의 미래를 미국과 중국 손아귀에 바친 어리석고 무책임한 정당”이라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아프간 주둔 미군이 철수한 건 아프간의 지정학적 가치가 대만보다 낮기 때문이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있어 대만은 무기를 팔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동맹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다만 대만과 아프간 상황을 비교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윈펑 민주진보당 의원은 “미군은 대만에 주둔하지 않아 미군 철수는 존재할 수 없다”며 “아프간처럼 주변에 지정학적 충돌이 없는 대만은 근본적으로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며 중국 주장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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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주둔 중인 한국에서도 주한미군 철수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가 16일 한국 역시 미국의 도움 없이는 아프간과 비슷한 처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다. 앞서 지난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미국이 한국에 전개한 침략 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하라”고 발언한 것과도 맞물려 주한미군 감축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이같은 ‘미국 불신론’에 미국 정부는 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 브리핑에서 “한국이나 유럽에서 미군을 철수할 의사가 젆 없다”고 밝혔다. 아프간 미군 철수가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의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설리번 보좌관은 “한국과 유럽 등은 우리가 오랜 시간 실제 주둔한 곳이고 내전도 벌어지지 않았다”며 “우리가 아프간에 주둔했던 것과 근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