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국민연금이 산하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위원 일부가 의사결정 과정을 비판하며 불참한 회의에 다른 전문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참석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불렀다는 설명이지만, 독립된 영역이 있는 전문위에서 특정 위원회에만 소속된 위원들이 다른 위원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제5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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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국민연금 투자정책전문위원회에는 외부 전문가 위원 3명 가운데 2명이 불참했다. 이들 중 1명은 지난달 위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보건복지부 측에 전달했으나 처리되지 않은 상태고, 나머지 1명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아래에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성보위) △투자정책전문위원회(투정위) 세 개의 전문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성보위와 투정위는 상근 전문위원 3명, 기금위원 3명, 외부 전문가 3명의 9명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전문가 위원 3명 중 2명이 없는 투정위에 성보위 위원들을 참석시킨 것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문제를 제기하며 불참한 투정위 전문가의 빈자리를 성보위 전문가로 메우려고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투정위에서는 전문가 위원 3명이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국내주식 보유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투정위를 소집하지 않고 기금위가 자체적으로 안건을 재검토해 통과시킨 점을 문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전문가 위원 1명이 지난달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고, 나머지 1명 역시 최근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산하에 실무평가위원회와 3개의 전문위원회를 두고 있다. (자료=국민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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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전문가 위원이 부족하니 당분간 합해서 운영하자는 식으로 말했다고 하는데 두 위원회의 성격이 다르고 하필 논의 구조에 문제를 제기한 이후에 이런 식으로 다른 위원회 사람들을 부른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기금위의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해 산하에 전문위를 설치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적절치 않은 선택이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초 국민연금이 상근 전문위원을 선발하고 3개의 전문위 체제를 갖춘 후로 특정 전문위에만 소속된 위원이 다른 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복지부는 이날 회의 안건이었던 중기자산배분안이 성보위가 검토하는 위험관리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 위원회에 소속된 전문가가 그 분야만 전문가인 것은 아니다”며 “안건이 연관성이 있으면 충분히 다른 위원회에도 참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